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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2월

어둠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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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사랑과 가족들의 눈물 어린 기도로 저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3년 만에 다시 일어서던 어느 봄날, 세숫대야에 물을 떠다가 어린 딸아이의 발을 닦아 주었습니다.
“아빠가, 정말 미안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저는 어린 딸 앞에서 소리 내어 울었습니다. 그날 저녁 어린 딸아이 손을 잡고 창문 밖에 서 있는 벚나무 아래로 갔습니다. 커다란 벚나무 아래 서서 꽃송이 하나마다 눈인사를 건넸습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그날 집으로 돌아와 창문 밖에 서 있는 벚나무를 그렸습니다. 꽃 한 송이 한 송이를 정직하게 그렸습니다. 분홍 꽃술을 중심으로 꽃잎 다섯 장을 그리며 벚나무 한 그루를 완성했을 때, 저는 비로소 벚꽃이 얼마나 힘들게 피어나는 것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고통의 섬에서 저는 아무것도 아닌 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고통의 섬에서 저는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오직 아픔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칼 구스타브 융은 그것을 ‘어둠의 빛’이라 명명했습니다. 오직 어둠을 통해서만 인도되는 빛이 있다는 뜻이겠지요. 오직 깜깜한 시간을 통해서만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는 것입니다.
아픔은 제게 길을 가르쳐 주었고, 겸손을 가르쳐 주었고, 감사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심령이 가난한 자,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다는 하나님의 말씀의 참뜻도 마음 깊은 곳에 선명히 새길 수 있었습니다. 저는 길고 길었던 두 번의 고통의 시간을 통해 “하나님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주시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주신다”는 C.S.루이스의 말을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주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