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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로 가는 비행 일정이 순탄치 않았습니다. 눈이 많이 온 데다 중국 영공 통과가 허락되지 않아 인천공항에서 무려 1시간 반이나 비행기가 연발(延發)하였습니다.
그러나 주님께 맡긴 일정이라 마음이 편했습니다. 비행기 안에 있으니 로마로 가는 모든 일정을 오직 항공사와 비행기 기장에게 맡길 뿐입니다. 비행기가 좀 늦게 출발해도 비행기가 흔들려도 환승 공항인 파리공항에 좀 늦게 도착했어도, 제가 할 일은 감사하면서 찬양하면서 앉아 있기만 하는 것입니다.
이따금 화장실에 가기 위해 비행기가 나는 방향과 반대쪽으로 가더라도 제가 다시 인천공항으로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몇 번 잠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비행기가 멈출 것이라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탄 비행기가 로마로 가는 비행기이니, 비행기 안에만 있으면 제가 몇 번 비행기가 나는 방향과 반대로 간다 한들, 몇 번을 졸더라도 결국 약속대로 로마에 도착할 것을 믿었습니다.
오늘 새삼 주님 안에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실감했습니다. 주님 안에 있음으로 제 의지와 상관없이 모든 것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상황은 수시로 바뀝니다. 때때로 제 자신의 연약함과 죄성으로 인한 좌절도 큽니다. 그러나 저는 오직 한 가지만 점검합니다. 제가 주 예수님 안에 있는 것과 주님이 제 안에 거하시는 것입니다.
저는 오늘 완전히 주님의 일정 가운데 던져진 느낌입니다. 누가 로마 공항에서 저를 맞이할지, 오늘 어떤 호텔에 묵을지, 언제 잠자리에 들 수 있을지 제 계획과 의지 속에는 없습니다. 모든 형편에 거하는 법을 배우는 기간이 될 것입니다. 그러려면 좋고 싫은 판단을 십자가에 못 박고, 오직 주님의 마음만 구하며 지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