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즐겁게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날의 별미는 통째로 구운 옥수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의 전화 벨 소리가 단란한 식사 시간을 또 방해했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식사 시간이면 더 자주 전화가 오는 것입니다.
남편 론과 어린 두 아들이 먹고 있던 옥수수를 손에 든 채 전화를 받으려 하는 것을 제가 말렸습니다. “가만히들 계세요. 제가 받을 테니 그냥 드세요.”
제 목소리에서 덜 반가워하는 기색을 알아차렸는지 상대방은 미안해하며 남편을 바꿔 달라고 했습니다. 그분의 목소리는 무슨 심각한 어려움이 있는 듯 간절했습니다. 애절한 목소리를 들으며 싫은 마음이 들었던 제가 부끄러워졌습니다.
남편에게 전화를 건네주는데 성령님이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랑은 너 편할 때만 하는 것이 아니란다.” 이 짧은 말씀은 목회 초기에 제게 주셨던 성령님의 말씀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처음 우리가 담임한 교회는 작았지만 성장하는 교회였습니다. 그런데 교인 중에 심각한 어려움에 처한 부부가 있었습니다. 한밤중에 그 부부가 건 전화가 몇 번인지 셀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전화 때문에 짜증나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습니다. 식사 중이거나 깊은 밤에 걸려오는 전화는 솔직히 싫었습니다.
“아무 때나 전화하지 않도록 이야기 좀 할 순 없어요?” 저는 론에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어떤 상황인지 생각해 가며 전화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밤 12시에 전화를 하면 어떻게 해요?”
바로 그때 성령님이 제게 물으셨습니다. “네가 이 사람들을 사랑하느냐?” 저는 “물론이지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성령님이 제게 물으시는 진의를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편할 때만 그분들을 사랑한 것입니다. 제 스케줄이나 잠을 방해하지 않을 때만 그분들을 사랑한 것입니다. 제가 그분들을 사랑한 것은 사실이지만, 하나님의 사랑으로 한 것이 아니라 제 사랑으로 사랑한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부족한 사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