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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5월

네 부모를 공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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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에 아버지가 자리보전하셨을 때 일이다. 아버지가 치매로 온종일 누워 계실 때 나와 집사람과 형제들이 돌아가며 보살폈고 대소변도 받아 냈다. 아버지의 상태가 심할 때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밤새 아버지 곁을 지키기도 했다.
 그날은 내가 아버지를 모시고 안방에서 자는 날이었다. 하루 종일 누워만 계신 아버지는 갑갑하고 몸이 불편하셨는지 다리와 손으로 장롱을 계속 두드리셨고, 그 바람에 나는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나는 고혈압이 있는 사람이다. 잠을 못 자면 당장 고혈압의 위험 신호가 온다. 어쨌든 잠을 자야 다음 날 근무도 할 수 있을 텐데…. 그날따라 너무 심해서 안 되겠다 싶었던 나는 아버지의 손을 넥타이로 묶었다. 아버지의 발도 버둥대지 못하도록 넥타이로 묶었다.
 그런 다음 잠을 청하여 한창 자는데 끙끙대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아버지는 손발이 묶인 채 몸이 뒤집혀서 이불에 얼굴을 박고 힘들어하셨다. 얼굴이 새빨갛게 되어 끙끙 신음을 토하는 아버지를 보고 나는 “아!” 하고 탄식이 나왔다. 나는 울면서 넥타이 끈을 풀어드렸다.
 내가 하룻밤 제대로 잠 좀 못 잔다고, 자존심마저 팽개치시고 시골 장들을 헤매시면서 수많은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나를 키워 주신 아버지를 넥타이로 묶는 나, 그때 나는 무섭도록 자신을 챙기는 나를 보았다. 나는 아버지 산소에 갈 때마다 그 죄가 생각나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사람은 이토록 자기 이익 중심이다. 내가 잠을 못 자면 부모고 뭐고 없다. 죽도록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던 배우자가 아프다고 해도 별 생각이 없다. 하지만 자기가 몸살이라도 나면 몸이 아프다고 난리를 부린다. 내가 아프기 때문에 가족들이 나만 돌봐야 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내가 편리하면 그것이 선이고 내가 불편하면 그것이 곧 악이다. 그렇게 내 마음대로, 편리한 대로, 나의 이익 본위로 선악의 규정을 만들어 가는 것이 바로 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