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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5월

나는 보지 못해도 남들이 볼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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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에 사는 어느 시각장애 집사님이 전화를 주셨다. 이름 밝히기를 사양하는 그분은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수술비를 후원하고 싶으니 저희 집으로 와 주실 수 없을까 해서요.”
그 여 집사님의 이야기는 정말 코끝을 찡하게 했다.
“저는 6.25 전쟁 때 어머니와 함께 피난을 내려와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약했는데 잘 먹지 못해 영양실조로 실명을 했습니다. 음식을 제대로 먹고 치료를 받았으면 시력을 잃지는 않았을 텐데…. 먹고살기도 힘든 시절에 병원 치료는 더더구나 어려웠습니다. 이제 함께 사시던 어머니는 하늘나라로 가시고 혼자서 남루한 연립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우연히 방송을 통해 실로암 안과병원에서 개안수술을 해준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저는 정부에서 얼마의 생활보조비를 받아서 사는데,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을 아끼고 겨울에는 기름 값을 아껴 몇십 년 부은 보험이 만기가 되었습니다. 이 돈을 어디에 쓰면 좋을까 기도하는 중에 저처럼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때엔 만기 보험금으로 3천만 원을 받을 줄 알고 100명의 개안수술을 할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세금을 제하고 나니 모자라 옷장 속에 차곡차곡 모아둔 돈까지 모두 꺼내 액수를 맞춰 놨습니다. 받아 주세요.”
그 돈은 습기 때문인지 여기저기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여자 혼자 사는 집에 나는 못 들어가고 우리 여직원이 들어가 그분의 검소하게 사시는 것을 보았다. 하루에 두 끼씩만 드시며 수술비를 모으셨다고 했다. 그분의 경제 사정은 열 명의 개안 수술비를 낼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 빛을 보게 하려는 믿음과 사랑의 마음에서 100명의 개안 수술비를 선뜻 내민 것이었다.
“제 이름은 밝히지 말아 주세요. 하나님만 아시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