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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해서 2년 넘도록 교회에는 차량이 없었다. 그러다가 선교원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을 통학시키기 위해 1988년에 거금 50만 원을 들여 중고 봉고차를 구입했다.
그 밤색 봉고차는 교회의 중요한 운송 수단이 됐다. 선교원 통학과 새벽기도회 운행은 내가 도맡아 했고, 교회 건물주가 시끄러워 못 살겠다고 건물을 비워 달라고 성화를 부릴 때는 금요 철야 때 전 교인을 싣고 가까운 기도원으로 운송하는 발이 되기도 했다. 그 후로 베스타로, 또 그레이스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게 됐는데, 그때마다 나의 자가용은 자연히 교회의 승합차였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한 동역자가 있었다. 그분은 예배당 건축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간암 발병 사실을 알면서도 삶의 불꽃을 다 지펴 예배당 건축 현장에서 감독의 일을 해주었다.
그의 몸이 눈에 띄게 쇠약해져 가고 있는 와중에 나에게 자가용을 한 대 선물하고 싶으니 꼭 받아 달라고 간청을 했다. 몸도 불편한 그의 부탁인지라 차마 외면할 수 없어 예배당 입당 후에 받겠다며, 슬쩍 그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다. 아름다운 동역자는 예배당 입당 후 일 년이 채 안되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그분의 장례식을 은혜 중에 마친 후 그의 아내가 나를 찾아왔다.
“우리 바깥 집사님이 꼭 목사님 자가용을 사드리고 싶어했던 것 알고 계시죠? 이제 꼭 사셔야 돼요. 고인의 부탁인데요.”
어쩔 수 없이 그 동역자가 타고 다니던 소나타를 받기로 절충했다. 지금도 나는 바로 그 소나타를 타고 있다. 고인이 3년 가까이 타다 내게 물려준 그 차가 내가 애지중지하는 자가용이 됐다. 지난 5년간 그 동역자의 아름다운 헌신의 향기와 함께 그 차를 탔다. 때마다 이 차는 목사로서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거룩한 부담감을 함께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