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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내 앞에 놓인 댄스 초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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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우리 세 아이들을 목욕시킬 때의 일입니다. 나는 주로 세 아이들을 한꺼번에 씻기는데, 그것은 순전히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죠. 조니는 아직 욕조 안에 있고, 라우라는 무사히 목욕을 마치고 잠옷을 입고, 나는 말로리의 젖은 몸을 닦아 주려던 참이었습니다.
물 밖으로 나온 말로리는 이제 곧 우리 가족 사이에 ‘디 다 데이 춤’으로 불리게 될 춤을 추었습니다. 욕실을 빙빙 돌며  “디 다 데이, 디 다 데이” 하며 노래를 불렀던 것이죠.
네, ‘디 다 데이 춤’이란 기쁨에 못 이겨 추는 비교적 단순한 춤입니다. 참을 수 없이 기쁠 때, 어떤 말로도 자신의 행복감을 표현할 길이 없을 때 말로리는 춤을 추며 그 기쁨을 나타낸답니다.
사실 그날 나는 짜증이 나 있었습니다. “말로리, 서둘러야지!” 하고 재촉했죠.
그러자 딸아이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묻습니다. “왜요?”
대답할 말이 없어졌습니다. 특별히 갈 곳도 없고, 할 일도 없고, 만나야 할 사람도 없고, 급히 써야 할 설교문도 없었거든요. 서두르는 데 익숙해지고, 나의 계획에만 사로잡힌 채 일과 일 사이를 바삐 오가느라 이곳에 삶이 있고 기쁨이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살았던 것입니다.
내 앞에 놓인 초대장을, 기쁘게 춤추자는 초대장을 펼쳐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일어나, 말로리와 함께 디 다 데이 춤을 추었습니다.
내 삶과는 달리, 말로리 삶에는 여유가 있습니다. 그 아이는 그저 살아갑니다. 목욕을 하는 시간은 말로리에게 디 다 데이 춤을 추고 싶은 기쁜 시간입니다.
수건으로 몸을 닦는 시간 역시 그러합니다. 몸을 다 말리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 또한 예외는 아닙니다. 삶은 디 다 데이 춤의 연속인 셈입니다. 매 순간은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말로리는 그러한 가능성을 놓치지 않습니다. 그 아이는 내게 기쁨에 대해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