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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그중에서도 따뜻한 미소와 다정한 눈빛으로 말하는 모습, 친절하고 겸손하게 상대방을 마주하는 자세는 전 세계인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통 언어다. 미국에 사는 사람들도 똑같다.
만국 공통어는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노교수님들이나 아프리카에서 만난 할머니들이나 다 같이 사용하고 계셨다. 상대방을 이해하는 태도와 혜안이 깃든 미소, 친절하고 진심이 담긴 다정한 눈길 같은 것 말이다.
대학원 공부를 마칠 때쯤, 한국과 아프리카에서 경험한 삶과 미국에서 배운 지식을 합해서 내가 무엇을 배웠는가 하고 돌아본 적이 있었다. 가령 만 조각의 퍼즐이 있다고 가정해 보면, 그 조각들의 자리를 다 찾아서 맞추어본 느낌이었다.
‘나는 누구이며, 내가 아닌 다른 인간은 또 누구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그 퍼즐 그림으로 나타났다.
‘나 좀 알아 주세요, 나 여기 있어요. 나 살아 있어요.’
인간은 그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존재다. 그 존재 자체로서 말한다. 여기 살아 있다고, 그것을 알아 달라고 온 몸으로 말한다. 그 존재가 말하는 언어를 배우는 것은 그 어떤 외국어를 배우는 것보다 값지다.
나와 같은 사람이 여러 나라와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인정받고 성공을 이루어 나가는 비법은 바로 이 언어를 능통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초등학생의 눈높이를 가지고 있는 내가 본 어른들은 이 언어에 능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들이 보내는 몸짓, 눈짓, 손짓을 읽어 내지 못한 채 자기 이야기만 한다.
음성이 되어 나온 말과 귀로 들려진 말은 한 인간의 마음 밑바닥에 있는 ‘정말’을 다 담아내지 못한다. ‘정말’은 내 앞에 앉아 있는 인간이 몸으로 말하는 그 언어로 알아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