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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6월

눈물 너머의 눈물까지 볼 수 있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요

과월호 보기 우은진 기자

요즘 대학생은 물론 직장인 사이에서 선호도 1위인 직업으로 아나운서가 손꼽히고 있다. 그만큼 인기가 높다는 얘기다. 최근 MBC 프로그램 ‘우리들의 일밤 - 신입사원’은 그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잘 대변해 준다. 잘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아나운서 신입사원에 도전한 사람부터, 아이를 낳고 한 달 반 만에 아나운서 입사 시험에 도전한 주부, 아나운서 시험에 3수, 4수를 마다하지 않는 이들까지, 이들은 모두 나이와 직업을 불문하고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꿈과 열정을 불사른다. 바로 10년 전 딱 이들처럼 MBC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가슴을 졸이며 8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의 기쁨을 누렸던 최윤영 아나운서.
그녀의 첫인상은 눈, 코, 입이 수려하고, 딱 봐서도 선한 인상이다. 그런데 지난 10년간의 아나운서 생활은 단지 착하고 얼굴만 예쁜 아나운서가 아닌 관록과 강단이 깃든 어느새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는 아나운서 최윤영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벼락스타가 된 것이 아닌, 한 걸음 한 걸음 하나님이 짜주신 매트 위를 뛰는 운동선수처럼 그분의 부르심에 순종하며 걸어왔다는 그녀. 아나운서 최윤영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직접 그녀가 내레이션 하는 목소리로 들어보았다.



멋져 보였던 아나운서, 삶의 목표로
그녀는 매일 새벽 5시, 육아와 직장생활로 찌든 피곤한 몸을 가까스로 일으킨다. 바로 2001년 MBC 입사 이후 쉬지 않고 생방송으로 진행하고 있는 ‘오늘 아침’ 진행을 위해서다. 아이가 깰까 봐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이지만 어느새 28개월 된 딸아이도 덩달아 깨 버린다. 빨리 옷을 입고 출근해야 하는데, 잠투정하는 아이를 새벽마다 자신의 집으로 출근하는 친정엄마에게 맡기고 6시면 남편과 함께 집을 나선다.
그러나 막상 방송에 들어가면 어느새 아이는 잊고 생방송에 몰입한다. 그리고 방송이 끝나면 ‘휴’하는 안도감과 함께 오늘 방송이 잘됐는지, 다음날 방송 스케줄을 체크한다. 생방송이라 수시로 게시판에 반응이 즉각 올라온다. 무심코 던진 말에 어떤 시청자는 상처를 입을 수도 있기에 말의 힘을 생각하며 매일 아침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그리고 오늘도 기쁘게 일할 수 있는 좋은 직장과 일을 주신 주님께 감사 기도를 드린다.
그녀가 이렇듯 아나운서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중학교 졸업 때 사촌오빠가 사준 책 한 권이 계기가 되었다. 바로 신은경 전 아나운서의 『9시 뉴스를 기다리며』라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난 그녀는 의사나 과학자가 될까 하며 끊임없이 변경되던 자신의 꿈을 아나운서로 목표를 고정하고, 그 뒤로 한 번도 그 꿈을 수정한 적이 없었다.
그녀의 눈에 아나운서의 삶이 너무 멋져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고등학교 시절에는 치열한 입시 때문에 방송반 활동을 할 수 없었고, 대학 시절에는 서울대 방송반을 소위 말하는 운동권이 점유하고 있어서 방송 현장 경험은 없었다.



MBCㆍKBS 아나운서 시험 모두 합격
대학 3학년이 되자 취업이 발등에 떨어진 불처럼 고민됐던 그녀는 다니고 있던 교회에 EBS PD가 있어서 방송 자료조사라도 할 수 있었으면 하고 부탁을 했는데, 의외로 리포터 오디션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들어왔다. 그러나 오디션에 합격해 시작한 리포터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고되고 힘들었다. 당시 학생 신분이었던 그녀는 5분 대기조에, 일주일에 닷새를 할애해야 하는 그 프로그램으로 휴학까지 해야 했다. 너무 지쳐버린 그녀는 방송을 접고 어학연수를 떠나 볼까 하고 여기저기 유학원을 수소문해 봤지만, 이상하게도 지원하는 학교마다 정원이 다 찼다는 둥 해서 다른 사람들은 쉽게도 떠나는 어학연수 길마저 모두 막혀버렸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하나님이 절 방송 시키려고 길을 다 막으신 것 같아요. 제 인생의 모든 진행은 철저하게 하나님이 짜 주신 각본대로 움직였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그녀는 당시 어린 나이였고, 일로 인해 너무나 많이 지쳐 있던 시절이라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많이 울기도 했었다.
한참 고민하던 그녀에게 뜻밖의 전환점이 생긴다. 방송을 하던 그녀의 모습을 보고, SBS PD로부터 ‘접속 무비월드’라는 프로그램의 코너 MC 제안이 들어왔다. 메이저 방송사로의 첫 진출이었다. 영화를 좋아하던 그녀는 신나게 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러다가 ‘한밤의 TV연예’리포터도 하게 되었고, KBS에서까지 MC로 섭외가 들어왔다. 리포터 출신이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 MC를 두 개나 하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드문 일이었다. 이때 그녀는 하나님이 자신을 방송인으로 쓰려 하시는구나를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그녀는 드디어 2000년 꿈의 씨앗이 되었던 아나운서 입사 시험에 도전하게 된다. 먼저 KBS에 도전했고, 비슷한 시기에 열렸던 MBC 아나운서 시험에도 동시에 도전했다. 결과는 둘 다 합격이었다. 천 명 가까이 지원한 응시생 중에서 2명만 뽑는 양대 방송 아나운서 시험에 모두 합격하는 이변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러나 주님은 당시 여러 가지 복잡한 그녀의 주변 환경을 KBS보다는 MBC에 입사하는 게 더 적합한 상황으로 몰고 가셨다.
당장 입사하고 싶었지만 말 못할 사연들로 입사가 즉각 어려운 일들이 많이 생겼고, 그로 인해 눈만 뜨면 주님께 매달려 아나운서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드디어 2001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한 그녀는 꿈이 실현되는 기쁨을 누렸다. 주님이 강하게 자신을 훈련하시고, 합격의 축복을 주신 점, 그리고 그렇게 힘든 과정 속에 입사한 MBC가 정말 10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좋은 직장이라는 점은 주님께 날마다 감사할 기도제목들이다.



오늘 아침ㆍW - 최윤영을 만들다
그녀는 입사 후 바로 신입으로는 드물게 생방송‘오늘 아침’ MC를 맡아 10년째 진행하고 있다. ‘오늘 아침’은 지금의 최윤영을 만든 프로그램이며, 국제시사프로그램인 ‘W’는 아나운서 최윤영 하면 생각나게 하는 간판 프로그램이자, 그녀가 앞으로 걸어 가야 할 길을 제시한 프로그램이 되었다. 이외에도 그녀는 ‘주말 뉴스테스크’, ‘희망특강 파랑새’, ‘네버엔딩스토리’, ‘세계다큐기행’ 등에서 깔끔한 진행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 왔으며, 지방선거 방송‘선택 2010’의 메인 앵커로 활약하기도 했다.
생방송을 10년간 해서인지 순발력이 뛰어나고, 어떤 프로그램 MC를 맡겨도 안정감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녀는 순간순간 애드립뿐만 아니라 같이 일하는 PD들이 믿고 함께 진행하고 싶은 아나운서 1순위 중 한 명이다. 생방송이라는, 언제 어디서 돌발 상황이 생길지 모르는 현장에서 언제나 당황하지 않고 진행했던 모습이 최윤영 아나운서에 대한 신뢰감을 제작진에게 안겨 줬던 것이다.
그녀는 존경하는 아나운서 선배로 현 성신여대 손석희 교수를 꼽았다. 사실 5년 넘게 진행한 W도 손석희 교수가 “네가 W를 맡아야 한다”라고 적극 추천해서 맡게 됐다고 한다. 그녀는 선배 손석희 교수에 대해 말하기를, 하루 종일 자료 찾고 방송에 철저하게 임하는 모습이나 자신에게는 박해도 타인에게는 너그러우며, 강자에게는 강하고 약자에게는 약한 모습 등이 존경스럽다고 한다. 그런 선배가 되려고, 부족하지만 자신 또한 노력 중이란다.
그런 면에서 ‘W’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프로그램이었고, 그녀를 시사교양프로그램 쪽에 더 집중하게 만든 프로그램이 되었다. 요즘 ‘위대한 탄생’이나 기타 수많은 예능프로그램이 있지만 그녀는 예능프로그램 쪽보다는 시사프로그램 쪽에 오히려 관심이 더 많다. 잠깐의 가십거리를 제공하는 아나테이너는 반대한다. 세월이 변했다 해도 아나운서는 ‘신뢰성’이 중요한 직업이다. 아나운서가 갖는 이미지는 수 십 년 동안 수많은 선배들이 쌓아온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것을 지켜 나가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



육아와 직장생활 병행하는 직장맘
요즘 그녀의 주 관심은 딸 서연이다. 아이를 두고 직장생활하는 여성들의 힘든 삶을 그녀는 온몸으로 체험하는 중이다. 육아와 병행해야 하는 직장생활, 온종일 아이와 함께 있어 주지 못하는 미안함, 육체적으로 이중, 삼중의 역할을 해야 하는 워킹맘으로서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린이집에 보내는 딸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워킹맘으로서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증권맨인 남편이 많이 도와주기는 하지만, 남편도 새벽에 나갔다 저녁에 들어오니 자신과 처지가 비슷하다. 그나마 친정어머니가 새벽에 집에 오기 때문에 아이를 잠시 맡기고 출근할 수 있어 다행이다. 그러나 그녀는 훗날 딸아이가 성장해서 엄마가 방송인인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날이 오기까지 열심히 일할 생각이다.
가장 힘든 시기이자 지혜가 필요한 시기이지만 경계선을 잘 타면서 한번 견디면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직장 내 같은 처지의 워킹맘끼리 자주 이야기하며 힘도 얻고 위로도 받는다. 토요일에는 아이에게 못해 준 나들이나 자연체험도 해 주러 부지런히 다닌다.
모태신앙인 그녀는 어머니의 신앙을 깊이 존경한다. 어머니가 처녀 때부터 지금까지 새벽기도를 빠지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어머니가 아프거나 몸이 피곤해 보이면 “엄마, 하나님도 엄마가 새벽기도 하루 빠지는 것 이해하실 거야” 하고 말하곤 했지만, 지금까지 새벽 제단을 쌓으며 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어머니를 보면, 정말 어머니의 신앙 때문에 오늘의 자신이 존재할 수 있었음을 다시 깨닫는다고 고백한다.
그런 부모님 덕에 그녀는 학창 시절 내내 부모님을 기쁘시게 하기 위해 공부만 열심히 했다. 대원외고, 서울대, MBC 아나운서 등 요즘 말로 ‘엄친딸’의 코스를 밟아 왔다. 그러나 그런 모범생적인 모습만 기억한다면 아나운서 최윤영의 모습을 반만 알게 될 것이다.
2003년 옥한흠 목사의 설교를 듣고 반해서 사랑의교회에 왔다는 그녀는 자신이 가진 달란트를 활용해 ‘사랑TV 뉴스’ MC로 섬기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신앙인과 방송인 사이에 고뇌스러운 순간이 올때마다 하나님이 여기에 자신을 보내신 이유를 생각하며 이겨낸다.



이 세상 모든 아이가 행복해졌으면
그녀는 방송인 최윤영에서 인간 최윤영으로 만든 프로그램으로 다시 한 번 ‘W’를 언급한다. 한번은 CNN을 본 적이 있는데, 독도문제가 한창 시끄러웠을 때다. 당시 CNN에서 일본 교과서에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말한 부분을, 잘나가는 일본을 한국이 질투해서 그렇다고 보도한 장면을 보고 정말 자본에 따라 언론도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자본과 권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우리만의 시각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분쟁과 가난, 세계적 이슈 문제를 조명해 주는 프로그램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다.
그중에서도 그녀의 가슴을 자주 뛰게 하는 이슈는 어린이였다. 아이를 좋아한다는 생각을 안 했는데, 이 프로그램을 맡고서 이 세상의 모든 아이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럴 때 마침 컴패션으로부터 연락이 왔고, 헐벗고 굶주린 아이들을 위해 미약한 힘이나마 보탤 수 있는 작은 일들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이 모든 일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임을 확신한다.
그래서 앞으로 하고 싶은 프로그램도 육아프로그램이란다. 또 기회가 된다면 학교에 가서 아동발달심리학 등을 공부해 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어린 시절 관심과 지원이 없어서 잘 성장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정부가 못하는 부분을 사랑과 전문지식으로 섬겨, 방송인으로서 사회 변화를 유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이다.
그녀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매섭고, 나태해지지 않는 사람, 그리고 눈물 흘리는 사람의 그 눈물 너머까지 볼 수 있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크고 작은 일들이 순간순간 일어나는 지금뿐만 아니라 입사 초기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던 순간에도 용기와 능력을 주며 견디게 했던 빌립보서 4장 13절 말씀을 가장 좋아한다며 그녀의 라이프스토리 내레이션을 마쳤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립보서 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