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우은진 기자
- 3P자기경영연구소 강규형 대표
35세에 근무하는 직장 부서의 본부장, 세계 100국 이상 여행, 나이만큼 성경 통독과 헌혈하기, 전 세계 1억 명 이상 바인더 사용, 교육과 선교, 기업과 사회복지를 겸한 재단 설립, 전문 도서관 설립, 유람선 타고 여행하기, 아버지 되기, 책 10권 이상 쓰기 등등.
종이 위에 소원하는 꿈을 써본 적이 있는가? 지금 당장 한번 써보라. 그리고 10년 후 그 꿈 리스트가 적힌 종이를 펼쳐 보라. 아마 깜짝 놀랄 것이다. 3P자기경영연구소 강규형 대표(다운교회 집사)의 꿈 리스트는 불가능한 꿈으로 가득 찼었다. 그러나 그 꿈 리스트를 적은 지 18년이 지난 지금, 강규형 대표의 꿈들은 대부분 이루어졌거나 목표치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진행형 꿈이 많다.
그는 “내가 감히 어떻게, 내 주제에, 내 능력은 이것밖에 안 되는데 하며 지레 포기하지 말고, 정말 자신이 소망하는 꿈을 종이 위에 적고, 기도하며, 그 꿈이 성취되도록 오늘 주어진 하루에 충실하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그 꿈 리스트는 불가능한 것일수록 더 좋다고 말한다. 도달 가능한 꿈은 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꿈 리스트의 기준치는 항상 높다. 그 꿈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지난 20년간 모아온 책과 바인더로 가득 찬 그의 사무실을 찾아가 직접 들어 보았다.
신앙의 체계를 잡아 준 이랜드 성경공부
그는 고등학교 때 친구 따라 교회 ‘문학의 밤’ 행사에 초청받아 처음으로 교회 문턱을 넘었다. 그러나 83학번으로 대학에 들어간 이후 광주사태를 경험하며 학생운동에 빠졌다. 그런 그에게 신앙의 맛을 진하게 느끼게 해준 계기가 찾아왔다. 취직을 위해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중 친구 한 명이 이랜드 입사지원서를 준 것이다.
처음에는 무심코 받았는데, 입사원서가 장장 8페이지나 되었고, 자기소개서는 물론 질문들도 기가 막힐 정도로 정교한 내용으로 가득 찼다. 그는 그 입사지원서를 보고서 ‘여기에는 뭔가 있구나’를 직감했다. 그리고 동기 6명과 함께 서류를 제출했는데 그만이 합격했다. 이어진 2시간 동안의 면접이 끝나고, 책 한 권을 받았는데 그것은 『불가능은 없다』라는 책이었다. 주로 사회과학서와 문학서적만 보고, 처세술이나 자기개발서 같은 책을 경멸했던 그는 그 책을 보고 고정관념이 확 깨졌다고 한다.
그는 1989년 이랜드 공채 5기로 합격했다. 대학시절 운동권 가락이 있어서 이랜드 브랜따노 입사 후 일명 ‘불만따노’라는 노조를 만들어 활동했던 그는 잠시 방황하다가 새로운 기업 문화와 맞닥뜨려야 했다. 그게 바로 큐티였다. 특히 매주 월요일 채플 시간이면 큐티와 성경공부, SCL(Studies in Christian Living) 교재로 말씀을 보아야만 했다. 그러면서 소외된 사람들과 언제나 함께 있던 분이 바로 예수님이시라는 것을 발견했다.
어느 날 사내 성경공부 모임에 대한 공고가 나자 말씀에 대한 갈급함이 생긴 그는 즉시 신청하고 첫 모임에 나갔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성경을 20번 통독한 사람, 500구절을 암송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뒷걸음치는 그에게 누군가 한번 해보자는 권유를 청해 왔고, 그렇게 시작한 성경공부 모임은 그의 신앙생활의 체계를 제대로 잡아 주었다.
꿈을 쓰고, 바인더로 분류하며 꿈을 이루다
영업부와 물류부를 거쳐 생산부에서 일하게 된 그는 아침 6시에 출근해 밤 12시까지 일하고, 휴가를 자진 반납할 정도로 물 만난 고기처럼 일했다. 이랜드 내에는 독특한 사내 문화가 하나 더 있었는데, 바인더라는 노트에 업무를 시간 단위로 기록하는 것이었다. 또 이랜드 필독 도서 리스트가 있어서 매월 읽어야 하는 책이 50권이 넘었다. 대리 진급 시는 200권, 과장 진급 때는 300권을 읽어야 했고, 독후감을 바인더에 기록해야 했다. 직원들의 자기계발 문화는 이랜드를 의류업계 사관학교로 만들었다.
그는 30세 때 나이대별로 목표와 영적, 지적, 업무, 가정, 성품 면에서의 라이프 플랜을 작성했다. 그런데 종이 위에 썼던 그의 계획들이 하나하나 이뤄졌다. 바로 35세에 부서 내 본부장이 되는 것을 기록했었는데, 정확히 5년 후 1998년 1월 35세에 430억 물류를 만들어 내야 하는 푸마 사업부 본부장으로 승진한 것이다. 특별한 장점도, 학벌도, 학점도 그에게 유리한 것이 없었다. 다만 종이 한 장에 목표를 쓰고, 그 목표를 위해 시간 관리하고 기도하며 달려왔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그의 인생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는 전국 봉제공장은 물론 동남아시아 공장을 돌며 직접 원단이나 칼라, 단추까지 다 모으고, 옷 재단도 직접 다 스케치하며 현장을 철저히 익혀 나갔다. 그러니 공장 협상력이 강할 수밖에 없었다. 젊었지만 책임과 권한이 주어지니 어느새 사람이 커지는 것을 느꼈다.
그런 그에게 꿈이 하나 생겼다. 신입사원 성경공부를 인도하던 선배의 모습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도 사내 강사가 되었으면’ 하는 꿈이 생겼고, 즉시 꿈 리스트에 추가했다. 사내 강사는 사실 안 해도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꿈을 키워 나갔고, 마침내 사내 강사가 되어 바인더 사용법 강의도 하고, 이랜드 스피릿을 나누며 엘더(elder) 역할을 감당해 나갔다. 당시 신입사원이 몇 백 명씩 들어오니 교육을 시킬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현장에서 이미 익힌 내용들을 모두 메모해 종류별 바인더로 보관해 온 그는 신입사원 교육 시 강의 자료가 일곱 박스나 될 정도였다. 그해 최우수 강사 상을 수상한 그는 남방은 물론, 바지, 가죽점퍼까지 모두 통달했고 끊임없이 경영 전반을 배워 나갔다. 결국 제1회 ‘이랜드인 상’도 받아 보너스로 미국 대륙 횡단도 다녀왔다. 이는 세계 100개국 여행하기 꿈 리스트의 첫 시발이 됐다. 지금까지 그는 35개국을 다녀왔다.
그러나 IMF 경제 한파의 정중앙에서 직원들을 잘라내야 하는 아픔을 겪었으며, 부서장으로서 목숨 걸고 일했던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그는 입사 10년 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는 “학교에서 주지 못한 삶의 방식과 직업관, 성공의 노하우 등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직장과 일터에서 배웠다”며 “직원들을 잘 대우해 주는 것보다 그 사람이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한다. 즉, 조직이 직원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최상의 복지는 훈련이라는 것이다. 고기를 주기보다는 고기 잡는 법을 알려 주라는 것이다.
억대 연봉자의 꿈을 이뤄 준 3P 바인더
그에게 꿈을 쓰는 법을 배우게 한 바인더는 사실 이랜드 사목이었던 이경준 목사가 네비게이토출판사 대표로 있으면서 스태프 훈련원용으로 구입해 사용했던 것이다. 그것이 이랜드 박성수 회장에 의해 1992년 모든 직원에게 업무보조로 확산됐다. 당시에는 바인더 커버만 나눠 줬는데, 그는 바인더 내지를 만들어 잘라도 보고, 인덱스를 처음 만들어 보며 끊임없이 자체 개발해 나갔다. 주간, 월간, 연간 스케줄도 만들고, 업무 일지와 거래처 양식, 독서 리스트 등의 양식을 개발해 수많은 사람에게 복사해 나눠 줬다. 그래서 사내 바인더 강사도 됐다.
그런데 회사를 사직하자, 당장 맨손으로 시작할 일로 보험 세일즈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1999년 푸르덴셜회사에 입사해서도 이 바인더를 그대로 사용했다. 그런데 많은 고객이 그의 세일즈 상담보다는 그가 책상 앞에 펼쳐 두고 설명하는 바인더에 더 관심을 보였다. 자신이 설명할 보험 상품을 그 바인더에 끼우고, 보면서 설명했기 때문이다. 그 바인더 안에는 그가 읽은 책, 꿈 리스트, 신문자료 스크랩, 감동 있게 읽은 문장, 사진 등 그의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
처음 만난 라이프 플래너에게 쉽게 신뢰를 주지 않는 고객들이 그만 만나면 그의 바인더를 보고 쉽게 마음 문을 열었고, 열이면 열 모두 계약을 체결했다. 그래서 그는 입사 후 10개월 만에 전 지점 실적 1위를 달성했고, 최고 실적 슈퍼 골드를 수상하며 억대 연봉자가 되었다. 이는 고객들이 그보다도 그의 바인더를 먼저 보고 그를 신뢰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상품을 팔기 전에 자신을 먼저 팔아라”라는 말이 그대로 입증된 것이다. 심지어 그는 아예 번호표를 나눠 주며 보험 세일즈를 하기에 이르렀다.
한번은 국내 굴지의 양모 이불회사의 여사장을 만나 보험 세일즈를 한참 하고 있는데, 정작 그의 설명은 안 듣고 바인더만 쳐다보는 것이다. 심지어 보험을 들어줄 터이니 그 수첩 좀 보자고 했다. 그 여사장이 자신은 P사 수첩을 쓰고 있는데, A4 자료를 반으로 접어야 겨우 수첩에 들어간다며 하소연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가 갖고 있던 바인더는 A5사이즈로 복사해 끼워 넣기도 편하고, 20링으로 구멍을 뚫어 찢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 뒤 그 여사장의 부탁으로 직원용까지 일본에서 20링을 제작해 보급했다. 20링 300개를 만드는 데 3천5백만 원이 들었다. 이렇게 3P 바인더는 그냥 도움을 주고자 하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실패자들에게 나비의 꿈을 꾸게 하다
그렇게 해서 그는 3P 바인더 수첩을 보급하게 됐고, 그가 사용하는 바인더의 효과에 예상 외로 수많은 사람의 호응이 이어졌다. 그래서 국내외 교회와 기업 등 수많은 곳에서 3P 바인더에 대한 강의 요청이 쇄도했다. 바인더 이름의 3P는 누구나 프로페셔널(Professional)이 되어야 하고, 프로는 결과(Performance)로 이야기하며, 성과를 내려면 프로세스(Process)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의 꿈 리스트에 있는 다른 꿈의 성취를 위해 3년 6개월 만에 보험 일을 그만두게 하셨다. 세 번의 폐기종 수술로 인해 건강이 악화되었던 것이다. 그는 수십 억 원을 쌓아올린 것을 포기하고 퇴사하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 후 다시 건강 사업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경험이 부족했던 키토산 유통과 건강음료수 개발 사업은 대기업의 물량 공세에 밀려 10억 원의 손실만 남긴 채 실패로 끝났다.
그때 기독실업인회(CBMC)의 중심 멤버였던 그에게 주변의 CBMC 선배들은 그가 가장 잘하는 교육 사업을 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자신이 오래전부터 꿈을 이루는 데 늘 매개체가 됐던 3P 바인더 사역을 떠올리며 이 일에 집중했다. 그의 강의를 듣고 3P 바인더를 사용한 개봉중학교 학생 천 명의 삶이 변화됐고, 동양공전 대학생들이 3P 바인더로 라이프 플랜을 짜서 입사 시험에 제출해 합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 교회가 주보 자체를 20링으로 찍어 3P 바인더로 보관할 수 있도록 제작하는 일도 벌어졌다. 3P 바인더를 사용해 인생이 바뀌고 꿈이 생기며, 행복한 삶을 비로소 살게 됐다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그는 올해도 200여 개 기업과 단체 강의 스케줄로 꽉 차 있다.
그는 3P 바인더 사역 외에도 ‘나비독서클럽’(나로부터 비롯되는)을 운영 중이다. 독서를 통한 변화가 애벌레에서 번데기로, 다시 나비로 변천되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생각에서 지은 이름이다. 어느 날, 자살을 결심했던 한 중년 남자가 그의 책 『성공을 바인딩하라』를 읽고 찾아왔다. 그리고 추천도서목록 50권을 받아서 읽은 후, 그를 다시 찾아와 나비독서클럽을 운영하자고 제안해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현재는 매주 토요일 아침 6시 40분만 되면 그의 사무실에 9개 분과로 나눠 90여 명이 모여 나비가 되기 위해 열띤 독서토론을 벌인다. 이 나비독서클럽은 10여 개의 지역과 기업 독서클럽으로 확산됐다. 그는 다운교회에서 목장 소그룹의 목자로서 복음을 접해 본 적이 없는 새신자들만 전도해 말씀을 나누고 있다. 나비독서클럽에서 만난 새신자들도 이 목자 소그룹 모임에 나온다. 그는 그의 일터가 곧 교회이고, 모든 생활 자체가 교회 생활이라고 말한다.
그가 자신의 꿈 노트에 쓴 소원 중 성취된 최고의 꿈은 무엇일까? 알프스에서 스키를 탄 일? 아니면 4억대 연봉자가 됐던 일? 대답은 모두 아니다. 그는 첫 직장에서 만난 아내와의 사이에 13년간 자녀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꿈 노트에 적은 ‘아버지가 되는 꿈’을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의 나이 마흔다섯 살, 아내 나이 마흔한 살이 된 2007년 6월에 첫 딸을 얻었다. 얼마나 감사했는지, 아이를 본 순간 눈물이 튀었다고 표현한다. 하나님은 그 어느 것 하나 서운하지 않도록 그의 꿈 노트에 적힌 꿈을 이뤄 주신 것이다. 그는 딸을 낳고, 하나님의 마음을 많이 알게 되었다고 한다. 또 아이를 통해 사람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그 마음은 3P 바인더 강의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과 나비독서클럽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에게 좌절이 아닌 희망으로,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 오늘도 나비가 되려는 ‘꿈꾸는 청지기들’을 위해 쓰고자 한다.
“내 형제들아 너희가 스스로 선함이 가득하고 모든 지식이 차서 능히 서로 권하는 자임을 나도 확신하노라”(롬 1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