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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월호 보기 옥한흠 목사
늦가을 새벽녘 어둠을 헤치고 백운대에 올랐다. 이상한 매력에 끌려 가끔 오르곤 하는 산이다. 백운대白雲臺는 오를 때마다 그 웅장함에 숨이 멎는 듯한 감동을 느끼지만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한테는 눈앞에 서 있는 골리앗처럼 이것만큼 다루기 어려운 소재도 없다. 이날도 아침 햇살에 발갛게 물들기 시작하는 독수리 상에 매료되어 몇 컷 찍어 보았지만 헛일이 되고 말았다.
정상에 올라 보니 산 아래에는 하얀 운무雲霧가 깔려 있었다. 도시의 지저분함을 가려주어 기분은 좋았지만 내 눈을 끌 만한 소재는 잘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무료한 시간이면 나도 모르게 몸에 밴 버릇이 발동한다. 카메라를 눈에 대고 무슨 찍을 거리가 없나 하고 사방을 살피는 것이다. 한참 동안 그러고 있는데 이게 웬일인가?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큰 돌을 머리에 인 작은 바위산이 다소곳이 앉아 있고, 그 뒤에는 운무와 멋진 조화를 이룬 크고 작은 능선들이 보이는 게 아닌가?
소박하지만 아름다웠다. 별스런 의미가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마음에 와 닿는 느낌이 좋았다. 나처럼 카메라를 가지고 장난하는 버릇이 없는 사람이면 절대로 볼 수 없는 자연의 깜찍한 애교임에 틀림없다. 찬양하기 좋아했던 다윗이라면 이 바위를 보며 또 한 번 이렇게 노래했을 것이다.
“여호와는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요새시요 나를 건지시는 이시요 나의 하나님이시요 내가 그 안에 피할 나의 바위시요…”시 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