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우은진 기자
올 초 『리딩으로 리드하라』라는 책 한 권으로 인문고전 읽기 열풍을 불러일으킨 이지성 작가. 소설가도, 시인도 아닌 작가라는 이름이 가장 잘 어울리는 그는 『꿈꾸는 다락방』,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독서천재가 된 홍대리』에 이르기까지 자기계발서 한 분야를 깊숙이 파온 일명 출판계의 아이돌로 불린다.
베스트셀러 작가의 꿈을 이룬 후 찾아온 허전함
요즘 출판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 이지성. 그가 언론사와 인터뷰할 때마다 단골로 찾는다는 약수역 ZOO카페에서 독서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 보았다. 38세에 아직 싱글인 그는 과거보다 몸은 많이 바빠졌지만 마음은 좀 여유로워진 듯해 보였다. 아마도 글로 밥 먹고 살아야 하는 치열한 현실을 어느 정도 벗어나서 베스트셀러 작가의 꿈을 이뤘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많은 액수의 인세가 들어오고, 재벌이나 정치인 등 사회지도자들의 독서 멘토까지 되었는데도 정작 그가 느낀 것은 허전함이었다고 한다. 정말 이루고 싶은 꿈을 이뤘는데, 돈과 인기가 허무하게 여겨졌던 것이다.
아직 마흔도 안 된 자신에게 일명 사회지도자들이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하고 물어올 때면 난감해지더라는 것이다. 특강을 하고 강사료와 선물도 받고 좋은 대접도 받았지만, 차츰 그런 삶에 적응되고 익숙해지니 재미가 없어졌다고 한다. 어떤 것이 나를 짜릿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 미국 버진 그룹 리처드 브린슨처럼 대서양을 횡단하고 우주여행을 하는 등 기상천외한 모험을 계속해야 만족이 될까? 그는 또 다른 도전을 해야 하나 하는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깨달았다. 인간은 물질과 육체로는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을. 그는 2, 30년 후로 밀어놓았던 기부와 나눔 운동을 지금 당장 펼쳐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10년 안에 아시아 저개발 국가와 아프리카에 학교와 병원 100개 짓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 베스트셀러 작가 중에 누가 이런 나눔 활동을 펼치는 이가 있을까? 그를 만나 자기계발서 전문 작가가 왜 사회적 약자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들어보았다.
빈민가에서 약자의 삶 체험하며 자기계발서에 몰입
그는 중3때 종말론을 다독했고, 고등학교 때까지 만화책이 주독서 목록이었다고 고백한다. 단, 모태신앙인으로 태어난 덕에 성경을 일독한 경력이 있었다. 그런데 교대에 진학한 그는 대학생활에 적응을 못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도서관에서 운명처럼 작가의 길을 꿈꾸게 되었는데, 작가로서 타고난 끼와 기질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그때가 20세였는데, 그때부터 그는 하루 한 권씩 자기계발서와 인문고전을 읽어나갔다.
당시 아버지의 보증 빚 때문에 성남시 빈민가에서 살았고, 처절하게 가난한 빈민의 삶을 체험했다. 책은 그에게 탈출구가 되었다. 특히 자기계발서는 사회 밑바닥을 온 몸으로 체험하던 자신을 그곳에서 구원해 줄 유일한 희망처럼 보였다. 그리고 자기계발서가 자신을 바꾸고,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효과적인 무기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사실 그는 20대 초반에 마음의 평안을 얻고자 열심히 시를 썼고, 그가 처음으로 낸 책도 『수호기사의 편지』라는 시집이었다. 물론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서도 계속 매일 몸이 부서져라 책을 읽었고, 글을 썼다. 그러나 그 목표는 오직 작가로서 성공하고 싶은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였다. 글을 쓰면 국내 모든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다. 그러나 한 군데도 연락 오는 곳은 없었고, 가난과 고독의 시간은 그렇게 14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여자라면 힐러리처럼』이라는 자기계발서가 40만부나 팔리게 되었다. 그로 인해 그보다 몇 달 앞서 출판되었던 『꿈꾸는 다락방』도 덩달아 팔려 지금은 100만부가 넘게 출판되었다. 말 그대로 인기작가 반열에 입문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출판사에 전화하며 책 내달라고 애걸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여러 출판사로부터 러브 콜을 받으며 자신이 선택해서 책을 낼 수 있는 자리바꿈을 경험하게 되었다.
인문고전 읽기 열풍, 대중 언어로 다가서다
그는 하루에 신문 5~6개를 보고, 중요기사들을 스크랩한다. 그는 사회인으로서 신문읽기는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한 권의 자기계발서를 낼 때 철저한 자료수집과 기획을 통해 출판한다. 5년에서 10년 이상 계속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나 인물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책을 써내려간다. 쉼표 하나도 그의 허락이 없으면 출판사 마음대로 고칠 수가 없다. 책 한 권 한 권에 대한 성향이 거의 완벽주의에 가깝다. 그는 자기계발서에 있어서 새로운 시도를 했는데, 바로 대중적 언어로 접근한 것이다.
『꿈꾸는 다락방』은 시장 아줌마도 읽고 꿈을 꿀 수 있도록 쉬운 문장으로 썼다면 『리딩으로 리드하라』는 권위 있는 학자가 훈계하는 스타일이 아닌 인문고전에 대해 눈을 뜨도록 대중적 언어로 친숙하게 다가서도록 신경을 썼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인문고전의 중요성과 깊이를 깨달았다. 한때의 유행일 거라고 폄하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인문고전의 깊이를 확장시켜 준 그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 온다. 사실 『논어』, 『발해고』, 『플라톤』 외에 인문고전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는 앞으로도 대중적 언어로 풀어놓는 책들을 많이 출판해서 책을 안 읽는 세대인 20대를 독서열풍에 동참시킬 계획이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도서관 대출 1위가 해리포터 시리즈라는 것에, 그는 통탄해 한다. 외국은 청소년 시절부터 인문고전을 통해 깊은 사색과 인생의 목적, 깨달음을 얻는데, 우리나라 학생들은 입시를 위해 책 제목과 저자명만 주입식으로 달달 외우기 때문이다. 창조적 지식이 아닌 시험에 나오는 독서만 한다는 것이다.
그는 독서를 할 때 사색을 통해 깨달음을 얻어야 하며, 지혜를 얻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왜 이 책을 읽는지 목표가 있어야 하고, 율곡, 이황, 정약용, 세종대왕 등 고전 인물들을 읽으면서 인격수양과 더불어 자기 할일을 자기가 하자는 것이다. 논어, 대학을 2시간 읽고 다 읽었다고 만족하면 안 된다. 그것은 공부이지 독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진정한 독서는 사색이 있어야 한다고 재차 말한다.
1년 365권 독서하기 캠페인 통해 삶이 변한다
그는 2008년부터 교편을 놓고,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전업 작가가 된 이후 달라진 점은 잠을 많이 자고, 잘난 척을 더 하게 된 점이라며 웃는다. 그는 과거의 힘들었던 삶의 체험이 집필에 도움이 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단호하게 NO라고 말한다. 가장이 되어 부모와 동생들의 생계를 책임졌던 것은 글 쓰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되었다는 것. 그 시절은 고통의 시절이었지만 내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저 견디어낼 수밖에 없었던 삶의 한 시간이었다는 것. 아직도 99%의 작가들이 생활고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들의 고생이 모두 찬란한 집필 소재는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업 작가가 되어 출판한 책마다 연달아 히트를 치자 그는 위촉식이나 출판사 미팅, 언론사 인터뷰 등 좀 더 다양한 활동으로 분주해졌다. 그래서 하루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날도 생겼다. 대신 어떤 날은 하루에 10권도 읽는다. 지금까지 몇 권의 책을 읽었냐는 질문에 수많은 책 중에 제대로 읽은 책은 500여 권, 자신에게 피와 살이 된 책은 100여 권이라고 소개한다.
그는 자신의 다음 펜카페 폴레폴레(아프리카어로 ‘천천히’라는 뜻) 회원들과 1년 365권 책 읽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1년에 365권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독서 멘토가 되어주는 것이다. 실제로 이 독서 운동에 동참하는 열풍이 거세다.
그는 그렇게 책을 읽어나가는 사람은 인생이 바뀌어 가는 것을 느낄 것이라고 단언한다. 실제로 그에게 영향을 받고, 1년 365권을 독파한 사람들 중에는 연봉 300만원에서 수억대 연봉자로 바뀐 사람, 자살하려다가 새로운 용기를 얻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간증들이 많다. 그는 스펙을 쌓기 위해 영어공부를 하기보다 독서를 많이 하라고 이 시대 청춘들에게 진심으로 권한다. 책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가장 저렴하면서 큰 도구이기 때문이다.
교회, 나눔은 있으나 사랑은 없다?
최근 베스트셀러가 된 신간 『독서천재가 된 홍대리』라는 책 속에 아프리카 우물 만들기 동참 엽서를 함께 끼어 출판했었다. 그러나 책 7만부에 끼어 판매되었던 엽서 중 후원신청을 해온 엽서는 단 10장이었다고 한다. 큰 실망감을 느꼈다.
또 기업체나 단체에서 특강을 할 때마다 독서이야기를 한참 한 이후,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기아 영상과 설명을 통해 호소했는데 모금함에 고작 몇 천원, 후원엽서 몇 장이 다인 걸 보고 좌절을 느낄 때가 많았다. 그는 자신에게 힘이 없음을 느꼈고, 정치인이나 기업가, 연예인들이 단 몇 마디만 해도 엄청난 돈이 모금되는 모습과 오버랩 되었다. 그러나 그 후원엽서 10장으로 인해 10명의 죽을 아프리카 아이들이 살아난 것도 큰일을 해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서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반면 가끔 교회나 기독교단체에 특강을 갔을 때 300명의 참가자들 중 절반 이상인 200명이 후원하는 것을 보고 그리스도인들에게 건강함과 아름다운 마음이 있음을 목격하곤 한다. 그럼에도 한국 기독교가 비난받는 것을 보면 참 안타깝다. 한국 사회복지의 70% 이상이 교회에서 이루어지는데, 바른 길을 제시하는 지도자의 부재로 비판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 기독교에 나눔은 있는데, 사랑은 없지 않나?’라고 반문한다. 고린도후서 13장에 ‘내 몸을 불사르듯 구제하고, 모든 지식을 이해하고, 산을 옮길 만한 믿음을 지녔어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한 말씀과 같다는 것이다. 물질로 후원한다고 사랑이 전달되지는 않는다는 것. 한국 교회와 기독교인이 가장 중요한 가치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봤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그는 자신이 독서를 하는 이유는 한 가지,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고 말한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한 사람만이 가정을 다스릴 수 있고, 가정을 다스릴 수 있는 자만이 나라를 다스릴 수 있으며,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는 자만이 천하를 평화롭게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자기계발서를 쓰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을 잘 관리하는 사람만이 남을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는 성경 말씀은 그가 자기계발서를 쓰는 근거이자 이유이다. 칼빈이나 루터가 소명의식을 가진 것도 자기계발이며, 벤자민 플랭클린의 청교도적 자기계발도 물질만능사회를 자기계발로 바꾸자는 정신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교회 지도자들 중에서는 물질만능의 자기계발을 트랜드로 생각하고, 성도들을 모으고 성전을 크게 세우기 위해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긍정의 힘』이 대표적이다. 이 책을 쓴 조엘 오스틴은 이단 교회를 신봉한다. 그러나 한국 교회 지도자들은 성경적 자기계발이 분명히 있는데도 창조적인 생각은 안 하고, 우상을 숭배하는 사람이 쓴 책에 손쉽게 현혹되었다. 그리고 거기에 많은 성도들도 침묵한다.
그는 이것이 『도가니』 열풍처럼, 힘 있는 권력에 침묵했던 우리 사회의 모습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불의에 침묵하면 힘 없는 사람은 계속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교회를 키우고, 사람을 모으기 위해 좋아 보이는 방법이 오히려 결국은 사람들을 떠나게 하는 원인이 되어 공멸할 수도 있음을 위기의식을 갖고 바라보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꽤 오랜 시간을 기독교 비판에 할애했는데, 그 이면에는 많은 애정이 깔려 있음이 느껴졌다. 그는 대형 교회 지도자들을 포함해 한국 주류 그룹에 실망한 지 오래다. 그러나 비판만 하면 안 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데 생각을 모았다. 그리고 최근에는 예수를 좇아 좁은 길을 걷는 목회자들도 있음을 알고, 7명을 인터뷰해 책으로 곧 출판할 예정이다. 한국 교회에도 희망과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존재들이 있음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힘들 때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이 성경이었고, 자신을 구원해 주신 분이 예수 그리스도이셨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 교회 곳곳에서 이러한 희망적 대안들을 찾는 움직임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덧붙인다. 그 작은 출발이 성경을 읽고, 인문고전을 읽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