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11년 04월

진정한 부유함을 누린 사람

과월호 보기

아씨시의 프란체스코(1182~1226)

일명 아씨시의 프란체스코라 불리는 프란체스코 디 베르나르도네는 부유한 포목상인의 아들이었다. 돈도 많은 데다 여자들에게 인기도 있고, 머리도 좋았다. 그런데 이 패기만만한 청년이 십자가 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쟁 포로로 붙들렸다. 아버지가 몸값을 지불해 가까스로 집에 돌아온 그는 밀려오는 세상의 허무함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러던 그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기도 중에 “나의 교회를 다시 세우라”라는 그리스도의 음성을 듣게 된다.
프란체스코는 돈을 모아 교회를 수리하기 시작했다. 당시 상류사회 사람들은 직접 자신의 손으로 일하는 것을 꺼렸고, 이런 프란체스코의 행동은 아버지와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손상된 명예와 돈 때문에 분노한 아버지는 프란체스코를 아씨시의 주교에게 데려갔다. 여기서 그 유명한 일화가 나온다. 재판장에서 프란체스코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 그 순간 입고 있던 옷까지 모두 아버지에게 내준다. 그는 벌거벗었지만 부끄러움 대신 기쁨이 가득한 얼굴로 하나님을 소리 높여 찬양했다. 
그 후 나환자들을 돌보면서, 교회를 수리하며 지내던 그는 어느 날 예배 중에 마태복음 10장의 말씀을 듣고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는 말씀처럼 돈 한 푼 없이 맨발의 전도자 차림으로 곳곳을 다니며 복음을 전파했다. 그런 그에게 점차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와 함께하는 동역자들이 점점 늘어났고, 이 공동체는 프란체스코 수도회라 불리며 병자를 돌보고 세계 곳곳에 복음을 전했다. 
모임이 커지면서 리더에서 물러난 프란체스코는 조용히 기도하고 병자를 돌보며 살다가 마흔네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이한다. 죽음 직전, 그는 요한복음을 읽어 달라고 청한다. 다 듣고 난 후 평온한 미소를 지으며 남긴 그의 말은 갈라디아서 6장 14절이었다. “죽으나 사나 내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 결코 자랑할 것이 없다.” 그는 진정한 부유함을 누리고 간 사람이었다.





<안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