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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1월

천로역정, 그가 걸어간 순례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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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번연(John Bunyan, 1628~1688) 

 

아버지께서 내게 주시는 자는 다 내게로 올 것이요 내게 오는 자는 내가 결코 내쫓지 아니하리라 요 6:37


등에 무거운 짐을 진 한 남자가 책 한 권을 읽고 번민하다가 순례의 길을 떠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천로역정』. 세계 고전 중의 고전으로 꼽히며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혔다고 알려진 이 책의 저자, 존 번연은 가난한 땜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어릴 적 짧은 학교생활을 통해 겨우 읽기와 쓰기만을 배운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훗날 복음을 전하는 탁월한 설교자로, 시대를 초월하여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작품의 작가로 쓰임 받았다.
존 번연은 평생 진지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회심을 추구한 그리스도인이다. 회심 전 그는 동네에서 신성모독과 저주, 거짓말과 욕설로 유명한 난봉꾼이었다. 쾌락을 포기하지 못해 죄책감 속에 살아가던 그가 자신의 신앙과 구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어느 날 길을 지나다가 여인들이 거듭남에 대해 대화하는 내용을 듣고 나서부터였다.
그 후 그에게는 구원에 대한 온갖 시험과 유혹,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성경 말씀을 상고하고 또 상고하며 치열하게 회심을 추구한 그는 『죄인 괴수에게 넘치는 은혜』라는 고백록에서 “요한복음 6장 37절 말씀을 놓고 평생 사탄과 싸웠으나 결국 하나님의 은혜로 승리했다”고 고백한다.
이러한 과정을 겪은 후 존 번연은 성도들의 초청으로 말씀을 전하기 시작했는데, 그가 ‘해산의 고통’이라고 표현한 설교 사역을 통해 수많은 영혼이 주님께 돌아왔다. 그러나 그는 영국 국교회의 허가 없이 설교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감옥에 갇혔다. 그리고 설교를 포기하면 석방해 주겠다는 제안을 거절했을 만큼 복음에 대해 뜨거웠던 그의 열정은 옥중에서의 집필 활동으로 이어졌다.
“당신들이 사려는 건 무엇이오?” “우리는 진리를 삽니다.” 『천로역정』의 주인공 ‘크리스천’이 ‘허영의 시장’이라는 곳에서 세상 사람들로부터 받은 질문과 이에 대한 그의 대답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당신들이 사려는 건 무엇이오?” 좁은 문을 지나 좁은 길을 걸어가는 순례자의 삶이 결코 평탄하진 않지만, 올 한 해도 진리를 따라 순례의 길을 걸어가는 우리가 되길 소망한다.

 

<박시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