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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3월

나의 봄맞이 이야기

과월호 보기 안소영

쌀쌀한 날씨에도 문득 봄내음이 코를 휘감을 때가 있다. 설레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새로운 시작점에 서 있다는 생각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일상에서 느낀, 봄의 찰나를 잡았다.

 

 

아이와 맞이했던 첫 봄 - 최현정(서울 성북구 돈암동)
몇 년 전 11월에 태어난 딸아이와 겨우내 집안에서 봄을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아기는 제 목을 가누는 연습에 한창이고, 나는 출산 후의 몸을 추스르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렇게 백일이 될 즈음, 드디어 아기를 안고 공원으로 나갔다. 봄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던 순간, 아이와 함께 행복을 안고 있었던 그 순간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봄맞이를 위해 겨우내 바쁘게 성장하고 회복했던 아이와 나를 봄 햇살은 수고했다며 다독였다.

 

젊음의 클라이맥스에서 봄을 느끼다 - 최지설(서울 서초구 양재동)
스물세 살의 봄, 나는 북경에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바람과 햇살을 맞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아, 바로 지금이 내 젊음의 클라이맥스라고 해도 서운하지 않다!’ 그렇게 감상에 젖어 달리던 나의 왼손이 바로 옆을 달리던 아저씨의 잠바 주머니 안에 걸리고 말았다. 나와 자전거는 넘어졌다. 이상하게 부끄럽지 않았다.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누워 푸른 하늘과 유유히 흘러가는 흰 구름을 보았다. 정말 부족함 없는 스물세 살을 만끽한 봄이었다.

 

진짜 봄을 알게 된 날 - 김기욱(서울 서초구 잠원동)
고등학교 시절, 난 참 평탄하게 살고 있노라고 생각했더랬다. 그런데 어느 날 주님이 나에게 찾아오셨다. 그때, 문득 깨달은 것은 참 괜찮았던 내 인생이 겨울이었다는 사실이다! 주님을 만난 후 봄이 무엇인지 알게 된 그 순간 이후 교회에서도, 홀로 있을 때도, 언제나 따뜻함으로 날 이끄시는 그분으로 인해 내 인생의 봄날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결혼, 새로운 봄날이 시작되다 - 김영란(서울 송파구 석촌동)
결혼에 대한 압박감과 조금은 조급함이 어우러졌던 겨울, 예상치도 못한 한 사람이 새롭게 다가왔다. 교회에서 처음 보았을 때는 그저 조금 소란스러운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고, 함께 사역하면서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고, 어느 새 일하는 모습이 멋있다고 느껴진 그였다. 이제 남편과 맞이하는 첫 봄에 서서 보니 하나님이 우리의 관계 속에서 얼마나 로맨틱한 섭리를 많이 준비하셨는지 깨닫고 감사하게 된다.

 

60세, 또 다른 봄의 출발 - 이관섭(인천시 강화읍)
올해 60대의 삶을 시작했다. 60세의 새 봄을 맞이하며 결심한 것은 이제까지 나와 내 일에만 관심을 두고 정신없이 달려온 삶에서 벗어나 정말 하나님의 큰 계명,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그러지 않았던가. 인생은 60부터라고, 하나님과 함께하는 내 인생의 봄날, 이제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