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우은진 기자
요즘은 복고풍이 사랑받는다. 어린 시절 우리가 먹고 입었던 것들이 다시 유행을 탄다. 그 시절에는 창피하기도 하고, 촌스럽게 여겨지던 것들이 지금은 오히려 반갑기까지 하다. 아마도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옷 정리를 하다가 이것저것 담아놓는 여러 크기의 상자들을 발견했다. 그중에서 빛바랜 상자의 뚜껑을 열어 보니, 초등학교 때부터 모은 편지와 카드가 한아름 담겨 있었다. 순간 반가움이 확 밀려왔다. 하나하나 넘겨보며, 누가 보냈고,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읽어 보았다. 책상 중간에 금을 그어 놓고, 학기말까지 말을 하지 않았던 초등학교 때 짝꿍이 보낸 편지, 예민한 사춘기 소녀 시절 친구가 말린 꽃잎 옆에 예쁜 서체로 써준 노천명 시인의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라는 시, 연애시절 남편이 보내준 카드 등등 편지와 카드가 옛 기억을 떠올리며 웃음 짓게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교회 주일학교 아이들과 청년부 때 매년 바뀐 성경공부 조원들이 연말이면 주곤 했던 다양한 모양의 성탄 카드에 와락 반가움이 일었다.
요즘처럼 인터넷 성탄 카드나 휴대폰의 성탄 이모티콘 문자로 대신하기 전까지는 성탄 카드를 주고받는 것이 연례행사였다. 상자 안의 성탄 카드들을 보니 카드 그림이나 모양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많은 변화를 거쳐 온 것이 엿보인다. 빨간 옷을 입은 산타클로스가 썰매를 타고 선물을 나눠 주는 그림부터, 동양화 버전으로 숲 속의 교회 그림이 있는 카드까지. 올 성탄절에는 이메일이나 휴대폰 문자 대신, 예수님을 떠올리게 하는 성탄 카드에 직접 글을 적어 그리운 이에게 보내 보면 어떨까?
- 우은진 기자
♠ 크리스마스 카드의 유래 ♠
종교적인 메시지가 담긴 나무활자로 만든 인쇄물은 이미 중세시대 유럽에서 성행했지만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카드물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크리스마스 카드는 1843년 영국의 미술교육가 H.콜이 고안하여 왕립 미술아카데미 회원인 존 콜컷 홀스리(John Callcott Horsley)라는 사람에게 그리게 한 것이 최초라고 알려져 있다. 그는 자신의 친구인 헨리 콜 경에게 보내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를 ‘콜 호슬레이의 카드’라 부르며, 오늘날에도 그 복제품이 팔리고 있다.
그 후 그 카드는 1,000장이 인쇄되어 런던에서 처음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석판화같이 인쇄되었다. 가족이 파티를 하는 그림이 있고, 그 밑에 ‘Merry Christmas and a Happy New Year’(즐거운 성탄절과 행복한 새해)라는 말이 적혀 있었는데, 그때 메시지가 지금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1870년 이후, 각국의 우편제도가 발달하고 그 송료가 싸지면서부터 크리스마스 카드의 교환은 세계적인 풍습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