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장다나(영화 평론가)
‘생각 많은 둘째 언니’ 혜영은 18년간 중증 발달장애로 시설에 머물고 있던 막냇동생 혜정을 찾아간다. 혜영은 시설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는 인권 침해 문제를 마주하며 주변 보호자들과의 연대도 고민하지만, 결국 동생을 시설에서 데리고 나온다.
혜영은 동생을 데리고 나오기만 하면 자신이 생각한 방향으로 살 수 있을 것이라 여겼지만, 하루하루 예상치 못한 상황의 연속에 당혹감을 금치 못한다. 과연 둘의 삶은 잘 유지될 수 있을까? 혹시 언젠가 헤어져야 하는 날이 오지는 않을까?
<어른이 되면>은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혜영 감독이 20년 가까이 떨어져 살던 동생과 함께 살기로 결심하면서부터 찍은 영상 기록이다. 다큐멘터리로 소개되기 전부터 그녀가 유튜브에 ‘생각 많은 둘째 언니’라는 채널을 만들어 꾸준히 올린 브이로그(비디오와 블로그가 합쳐진 말로 일상을 찍은 영상을 지칭함)는 동거를 시작한 자매의 고민과 변화, 이들의 삶이 궁금했던 대중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장혜영 감독은 “한국에서 찾기 어려운 성인, 장애, 여성의 일상에 대해 고민하고 싶었고, 이 작품을 통해 장애인 돌봄의 문제가 더 이상 개인과 가족의 문제가 아님을 나누고 싶었다”고 밝혔다.
제목인 <어른이 되면>은 동생 혜정 씨가 자주 하는 말이지만, 사실 그녀가 무언가를 하고자 할 때마다 들어온 다양한 의미가 함축된 말이기도 하다. “너는 아직 어리니까”, “너 혼자는 할 수 없으니까”, “너는 장애가 있으니까” 등으로 해석되는 ‘어른이 되면’이라는 말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장애에 대한 편견을 여실히 보여 준다. 감독은 거기에 덧붙여 ‘과연 우리가 말하는 보살핌이 정말 그들을 위한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오히려 그 말이 그들의 자립을 억압하고 애초에 혼자 할 수 없는 이들로 치부해 버리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영화는 두 자매가 겪는 일상의 모습을 통해 그다지 심각하지도 또 그다지 무겁지도 않게 관객의 마음을 찾아간다. 인상적인 장면은 아무것도 혼자 못할 것 같은, 어린아이 같던 혜정 씨가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고민하며 조금씩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 가는 모습이다. 그리고 동생의 성장과 자립을 고민하던 언니 역시 또 다른 의미로 어른이 돼 간다. 함께하는 두 자매는 각자의 속도에 맞춰, 또 서로의 속도에 맞춰 가며 함께 어른이 돼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