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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5월

내 안의 어둠과 맞서는 어른들의 동화 -<괴물의 아이>(2015)

과월호 보기 장다나(영화 평론가)

병으로 어머니를 잃고 깊은 상실을 겪은 9살 소년 렌은 시부야 뒷골목을 떠돌던 중 동물들이 사는 또 다른 시부야 ‘주텐카이’로 흘러들어 간다. 그곳에서 렌은 곰의 모습을 한 괴물 쿠마테츠의 제자가 되고, 강해지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받는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잘 알려진 호소다 마모루는 애니메이션의 최대 강점인 판타지적 세계 위에 사랑과 희생, 성장 등 ‘삶과 관계’의 소재를 탁월하게 부여하는 감독이다. 이번  <괴물의 아이>에서는 자신의 어두운 내면을 정면으로 맞서고자 하는 한 소년의 성장기를 다룬다.
주인공 렌은 인간이자 금수의 세계를 침범한 존재이기 때문에 주텐카이 세계에서 이방인으로 치부된다. 스승인 쿠마테츠, 다른 동물 가족의 보호와 가르침 속에 몸은 점점 강해지지만 마음의 상처는 어릴 적 친부모를 상실한 시간에 멈춰 있다. 렌의 불안정함은 허먼 멜빌의 『모비딕』을 읽으면서 극대화되는데, 이는 강한 외면세계와 상처 입은 내면세계의 충돌로 드러난다. 여기서 충돌하는 두 세계를 의미하는 것이 바로 시부야와 주텐카이다. 화려하고 밝은 겉모습을 지닌 인간의 도시 시부야와 상상하기 어려운 낯선 동물의 세계 주텐카이는 인간의 양면성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청소년기에 『모비딕』을 읽으며 진정한 괴물은 고래인지, 선장인지를 생각했었다는 감독은 극중 고래의 형상이 유령처럼 떠도는 시부야 밤거리를 보여 주고, 선과 악이 끊임없이 투쟁하며 공존하는 인간의 내면을 조용히 바라보게 한다. 등장인물들이 두 세계를 의외로 쉽게 오갈 수 있게 설정한 것도, 결국 이 두 세계가 하나임을 의미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한편 강력한 힘만이 자신을 지키는 길이라 믿는 두 외톨이가 함께 연습하고, 잠을 자며, 때로는 투닥거리면서 점차 미묘하게 닮아가는 모습은 우리에게 진정한 관계 맺음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놀랍게도 이 작품은 3D 애니메이션이 대세인 요즘 드물게 완성된 2D 애니메이션이다. 수작업으로 한 달에 150컷 이상 그려야 하는 육체적 고통도 아랑곳하지 않았다는 감독은 “인류 마지막 2D 애니메이션은 내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래서일까. <괴물의 아이>는 그가 그어낸 연필선이 유난히 따스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