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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4월

내일을 꿈꾸는 자는 늙지 않는다 -<유스>(2015)

과월호 보기 장다나(영화 평론가)

은퇴를 선언한 세계적 지휘자 프레드(마이클 케인)는 그의 친구인 영화감독 믹(하비 케이틀)과 함께 휴가차 스위스에 머문다. 노년의 프레드에게 남은 것은 기쁨도, 설렘도 없는 무료한 나날들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영국 여왕의 비서로부터 자신의 히트곡 ‘심플 송’을 연주해 달라는 요청을 받게 된다. 
난니 모레티와 함께 현대 이탈리아 영화의 거장으로 언급되는 파올로 소렌티노는 심미적 이미지를 통해 삶과 죽음, 아름다움과 추함을 깊이 있는 시선으로 담아내는 통찰력 있는 감독이다. 스토리보다 이미지적 사유가 훨씬 묵직해 난해하다는 평도 있지만, 일관된 내러티브 흐름과는 별개로 미적 경험으로 체화되는 이미지들의 유려한 배열은 근래 발표된 어떤 아트버스터(artbuster)보다 격조 있고 훌륭하다.
<유스>는 노년의 이름을 빌어 젊음을 고민하는 영화다. 주인공 프레드는 노년의 허무와 무기력을 느낀다. 한때 유명했던 지휘자라는 타이틀은 노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모른다고 되뇌는 그의 표정은 시종일관 건조하기만 하다. 그의 공허함을 대변하는 적막한 산의 이미지, 사탕 포장지의 메마른 소리, 비눗방울이 터지는 공허함의 순간이나, 줄지어 이동하는 무미건조한 인물들의 이미지는 황량한 노년의 시간과 더불어 죽음과 가까워진 ‘늙음’을 간접 체험하게 한다.
여기서 프레드와 대비되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영화감독인 친구 믹이다. 이 둘은 서로 소변 체크를 할 정도로 얼마 남지 않은 물리적 시간을 통감하지만, 결정적으로 믹이 프레드와 다른 점은 과거보다는 지금의 열정에 자신을 던지고 있는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허무함의 정서가 비단 신체적 노쇠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감독은 “젊음이란 자유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느냐이다. 스스로 미래를 그릴 수 있다면 나이와는 상관없이 젊은 것이다”라고 말한다. 즉, 과거에 얽매이는 이야기가 아닌 자유와 열정, 감각의 또 다른 이름인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젊음(youth)일 것이다. 한편 다시 지휘봉을 잡은 프레드와 소프라노 조수미가 함께하는 엔딩 장면은 <유스>가 담고자 한 삶의 성찰을 예술의 이름으로 완성하는, 완벽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