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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3월

가족, 기억을 공유하다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과월호 보기 장다나(영화 평론가)

일본의 한 바닷가 마을 카마쿠라에 살고 있는 사치(아야세 하루카), 요시노(나가사와 마사미), 치카(카호)는 세 자매다. 이들은 15년 전 외도로 집을 나간 아버지의 부고를 듣게 된 어느 날, 장례식장에서 이복동생 스즈(히로세 스즈)를 만난다. 같은 아버지의 기억을 가진 이들은 함께 살아보기로 한다.
오랜 다큐 작업을 통해 ‘삶이란 소소한 일상의 반복’임을 깨달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가장 가깝고 친숙한 테두리인 ‘가족’을 본인의 주요 테마로 끌어들인다. 특히 상실된 가족 구성원과 남아 있는 구성원을 이어 주는 연결고리를 일상의 단면을 통해 접근함으로써 시간과 함께 성장하는 인물의 변화에 주목한다.
같은 제목의 원작은 요시다 아키미의 그래픽 노블이다. 감독은 세 언니와 배다른 동생이 함께 가족을 이뤄 간다는 설정 자체가 마음을 끌기도 했지만, 진정한 가족이 되기 위해 변화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다고 고백한다.
감독은 이들이 그 자리에서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지에 주목한다. 이들의 관계 맺음에는 ‘기억의 공유’라는 코드가 있다. 사치는 스즈와의 관계 속에서 ‘우리를 버린 매정한 사람’으로만 기억하던 아버지를 ‘매정해도, 그래도 착했던 사람’으로 기억하게 되고, 스즈 역시 언니가 해 주는 해산물 카레를 먹으며 카레를 해 주던 언니들의 어머니를 자신의 기억 속에 담는다. 영화는 잠잠히 이들의 기억이 공유되는 과정을 지켜본다.
눈여겨볼 지점은 이들의 기억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기억은 회상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으로 인물들과 함께 현존한다. 대표적인 예로 아버지가 해 주시던 물고기 튀김, 어머니의 해산물 카레, 할머니의 매실주, 식당 주인의 구운 생선덮밥 등 맛이라는 감각이 일상에 스며들어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을 끊임없이 현재에 되새기게 한다. 그뿐 아니라 키를 잰 흔적 역시 ‘그 시절 그만한 내가 있었음’을 현재로 소환하는 장치다. 이렇게 기억은 공유되며 일상이란 이름과 같이 흘러간다. 그리고 앞으로의 삶을 만들어가는 희망이 된다.
결국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각자의 기억들’이 모여 ‘우리의 기억’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가족의 모습이 아니겠느냐며 128분 동안 우리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