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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8월

더불어 사는 세상을 고민하다 <기생충>(2019)

과월호 보기 박일아(영화 평론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2019년 칸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4관왕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계를 넘어 세계 영화사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전작들에서 사회 문제를 날카롭게 파고들면서 살아 있는 디테일과 장르적 변주를 통해 대중을 사로잡았던 봉 감독은, <기생충>에서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 사회 속에 숨겨진 이면을 예리하게 건드린다.
과거에는 부자와 악덕, 가난한 자와 선량의 이미지가 연결됐다면, 현시대는 극중 충숙(장혜진)의 “부자니까 착한 거야, 내가 부자였으면 더 착해!”라는 대사처럼, 자신의 노력이 아닌 ‘물려받은 부’로 얻게 된 경제적 여유가 인성을 결정짓는 시대라고 감독은 피력한다.
영화는 기택(송강호)의 파란만장한 직업 변화를 통해, 그의 가족이 모두 게으르거나 악해서 백수가 된 것이 아님을 설명한다. 뒷배 없는 성실함만으로는 경제적 타격과 지독한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을 보여 준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뻔뻔하리만큼 긍정적으로 버텨 오던 기택이 끝내 분노를 표출하는 장면이 있다.
자신을 운전수로 고용한 박 사장(이선균)이 가난한 자들에게서 나는 악취를 참지 못하고 코를 틀어막으며 오만상을 찌푸린 순간이었다. 사람의 체취는 그들을 둘러싼 환경에서 비롯된다. 가난한 자들에게서 참을 수 없는 악취가 난다는 설정은, 그들의 환경이 전혀 인간답지 않다는 반증이다. 기택은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와 계급의 선을 넘지 말라며 가난한 자들을 무시하는 부자들을 향해, 더는 참지 못하고 칼을 휘둘렀다.
교회 안에는 비가 새는 집에서 밤새 고단했던 기택도, 4수를 했던 기우(최우식)도, 재주는 많지만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기정(박소담)도, 한때 잘나가는 운동선수였던 충숙도 있을 것이다. 서로 선을 넘지 않는 깔끔한 관계만을 원할 때, 누군가는 ‘내가 이 교회에 있어도 되는지’, ‘이 모임과 어울리는 사람인지’를 점검하며 자신을 가장(假裝)해야 할 것이다. 강도 만난 자의 진정한 이웃이 사마리아인이었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한다면, 그리스도인은 세상과는 다른 관점과 태도로 이웃을 대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