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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고양이와 함께한 절망 탈출기 <내 어깨 위 고양이, 밥>(2016)

과월호 보기 박일아(영화 평론가)

런던 시내에서 버스킹으로 생계를 이어 가는 제임스(루크 트레더웨이)는 벌이도 시원찮은데다가, 허름한 차림새와 지저분한 몰골 때문에 언제나 사람들에게 내쫓기기 일쑤다.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이지만, 제임스는 우연히 만난 길고양이 ‘밥’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자기 전재산을 들이고 밥에게 먹을 것을 챙겨 준다.
그 후로 길고양이 ‘밥’은 제임스의 버스킹에 함께하며, 특유의 친근감으로 사람들의 호응을 얻는다. ‘밥’으로 인해 제임스는 평생 한번도 받아 본 적 없는 사람들의 따뜻한 환호를 경험하며, 약물 중독 치료와 재활의 의지를 다진다.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은 길고양이와의 인연으로 삶 전체가 절망에서 희망으로 바뀐 제임스 보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마약 중독자의 현실은 비참했다. 마약을 끊겠다는 다짐과 약속을 번번이 어겨 온 제임스를 지지하고 보살펴 줄 사람들은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또한 생계를 유지할 직업을 갖는 것 역시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임스는 자신을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로, 그 처참한 절망을 이겨 내고자 끊임없이 노력한다. 계속 실패하면서도, 마약을 끊고 자랑스러운 아들로 돌아가겠다고 다시 결심하는 그의 의지가 치료사 벨의 마음을 움직였고, 길들이기 어렵다는 길고양이의 마음마저 움직였던 것이다.
그가 마약을 끊는 일련의 과정은 우리가 어떤 죄에 중독됐을 때 헤어나는 과정과 상당 부분 유사하다. 강한 의지로 끊고자 노력해도, 죄의 중독에서 단번에 빠져 나오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제임스는 거듭되는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마음을 잡고 자신을 돌본다. 또한 여기서 그치지 않고 주변으로 눈을 돌려 길고양이 ‘밥’을 자기 자신처럼 돌본다. 상처 입은 생명들이 서로를 보듬으며 서로에게 갱생의 의지가 돼 주는 모습은 실로 감동적이다.
오늘 내게 주어진 하루는 하나님께서 나를 포기하지 않으셨다는 증거다. 따라서 수없이 무너지는 나를 자책하며 포기하지 말고, 하나님의 성실하심에 기대어 끝까지 노력해 보자. 제임스에게 다가온 영민한 길고양이 ‘밥’처럼, 하나님께서 오늘 내게 보내 주실 동역자와 보드라운 위로 그리고 따뜻한 격려를 기다려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