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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

이미지, 그 허상에 대해 <차인표>(2021)

과월호 보기 박일아(영화 평론가)

<사랑을 그대 품 안에>(1994)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검지를 흔들던 차인표. 그의 이름 석 자를 내건 영화 <차인표>가 나왔다. 영화는 ‘과거의 이미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차인표’라는 대중적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한다. 감독은 실제적이면서도 허상인 차인표의 이미지를 마음껏 갖고 놀았고, 배우는 그 놀음에 기꺼이 자신을 내어놓는다.
영화의 설정은 간단하다. 90년대를 관통했던 배우 차인표는 오늘도 대중이 자신에 대해 갖고 있는 ‘바르고 젠틀하며 건강한’ 이미지에 부응하고자 매사 ‘진정성’을 갖고 임한다. 진정성을 외치는 차인표의 신념은 나쁘지 않지만, 시와 때를 가리지 않는 경직된 태도 때문에 자신을 우스꽝스럽게 만든다. 영화 속 한 에피소드처럼 편안하고 가벼운 연출을 요구하는 저가의 운동복 광고를 찍는데 눈에 힘을 주고 신중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그의 모습은 브랜드와 전혀 어우러지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차인표는 산책을 하던 중 진흙탕에 빠져 엉망진창이 된다. 곤혹스런 상황 속에서 우연히 근처 학교 체육관에 샤워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곳에서 샤워를 하게 된다. 그런데 샤워 중에 갑자기 낡은 체육관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하고 차인표는 무너진 건물에 깔린다. 그러나 그는 목숨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여태껏 쌓아 온 자신의 이미지가 망가질까 봐 전전긍긍하며 나체로 구조되기를 꺼린다.
그가 고수해 왔던 이미지는 대체 무엇이기에 이런 상황을 만들어 낸 것일까? 어쩌면 그것은 무너져 버린 체육관처럼 옛 영광스러운 이미지의 잔해만 남은 것은 아니었을까. 유연성의 부족에서 온 편협한 시각은 결국 옳은 선택을 어렵게 할 뿐이다.
영화 <차인표>는 신인 감독의 거친 연출에도 불구하고 이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살다 보면 누구나 단단하고 견고한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 기대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고정된 이미지에서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쉽지 않은 용기를 낸 배우 차인표에게 큰 박수를 보내며, 율법에 경직돼 복음을 거부한 바리새인들처럼 우리 모두에게 있는 유연하지 못한 편협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