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박일아(영화 평론가)
애니메이션 <업>(2009)과 <인사이드 아웃>(2015)을 연출했던 피트 닥터 감독의 신작 <소울>은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다”(전 3:1)라는 섭리를 뒤집는 기발한 상상력에서 시작한다.
중학교 밴드부 교사이자 무명 재즈 피아니스트 조 가드너(제이미 폭스)는 삶의 이유가 음악일 정도로 음악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다. 어느 날, 유명한 재즈 밴드와 공연할 기회를 얻게 된 조는 반가운 소식에 뛸 듯이 기뻐하다가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하게 된다.
영혼이 된 조는 ‘머나먼 저세상’(Great beyond)에 떨어진다. 일생일대의 기회를 앞두고 죽을 수 없었던 그는 ‘태어나기 전 세상’(Great before)에 숨는다. 거기서 필사적으로 출생을 피해 다니는 22호(티나 페이)를 만나게 된다. 날 때를 거스른 22호와 죽을 때를 거스른 조, 이 두 사람이 앞서 말한 상상력의 주인공이다.
‘굳이 왜 살아야 하지?’라는 의문과 두려움으로 태어나기를 거부했던 22호는, 우연히 조의 몸을 통해 잠깐 지구에서 삶을 살게 된다. 맛있는 피자를 먹고 느끼는 포만감, 친구들과 떠는 수다, 어머니의 애정이 담긴 양복, 가을이 물든 뉴욕의 거리 등 조의 몸을 통해 삶의 일부를 경험하게 된 22호는 인생의 곳곳에 담겨 있는 소소한 기쁨을 발견한다.
한편, 음악 선생님이라는 안정된 직업보다 재즈 피아니스트로서의 예술적 성취와 명성을 바랐던 조는 마침내 평생 꿈꿨던 재즈 클럽 무대에 서게 된다. 마치 꿈을 꾸듯 무아지경 속에서 연주를 끝낸 조는 관객들의 큰 환호와 갈채를 받는다. 그러나 공연을 마치고 무대의 조명이 꺼지자, 조는 꿈에서 깨어나듯 다시 찾아온 평범한 일상에 깊은 허탈감을 느낀다.
조와 22호의 반항을 통해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한 영화 <소울>은, 전도서의 교훈에 다가가게 한다. 대단한 꿈과 목표가 있지 않더라도, 높은 성과를 올리지 못하더라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삶은 충분히 살아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태어나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꿈을 이루지 못한 삶이라도 우리의 삶은 그 자체로 가치 있다. 주님께서 허락하신 오늘 하루도 평안과 감사를 누리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