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21년 11월

11월에는 감사와 새해 준비로!

과월호 보기 추태화 소장(이레문화연구소)

천기(天氣)는 어김이 없다. 하나님의 창조 섭리는 이 땅에 사계를 허락하시고 사람들이 자연과 함께 살아가도록 하셨다. 이제 가을이 지나간다. 낙엽은 힘없고 초라해 보이지만 그 색은 참으로 아름답다. 이 아름다움을 맛보기 위해 온 산천에 단풍놀이 인파가 모이는데, 실상은 하나님의 힐링 작업이자 일종의 미술 치료(Art-therapy)다. 사람들은 이 사실을 눈치채지 못할 수 있다. 늦가을에 숨겨진 은혜의 역설(Paradox) 때문이다.

이제 풍요로운 가을 잔치는 끝났다! 늦가을 서리가 내리면 낙엽이 지고 서서히 겨울맞이를 시작한다. 자연은 맹렬한 추위를 견디기 위해 물기를 빼내어 몸을 가볍게 하고 이파리를 떨군다. 가난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도시는 정반대다. 두터운 옷을 장만하고 껴입을 태세다. 자연은 옷을 벗는데 인간은 옷을 더 입는다. 더 화려해진다. 이 또한 역설이다. 

자연은 늦가을부터 조용히 침묵에 들어간다. 추위라는 인고의 세월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내적 충만함이 요구된다. 자연은 그것을 알고 있다. 인간의 도시는 어떤가? 발 빠른 상술(商術)은 벌써 연말연시 분위기를 연출한다. 쇼윈도는 화려한 장식으로 열기를 뿜고, 장식용 나무에 하얀 솜으로 만든 인공 눈이 눈에 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11월을 맞을까? 영성으로 맞는 11월은 분명 색다르다. 교회 절기로 보면 대림절(Advent)이 11월 말에 있다. 11월 7일에 추수감사주일을 지내고 나면 마지막 주일인 11월 28일이 대림절이다. 구원자 예수님의 초림을 준비하는 은혜의 계절이며, 교회력의 시작이다. 교회 절기로 하자면, 이때부터 새해가 시작된다. 

11월을 맞는 교회는 세상처럼 연말연시 분위기에 현혹당하지 않는다. 한 해 동안 베풀어 주신 은혜를 기억하며 감사하게 된다. “내게 주신 모든 은혜를 내가 여호와께 무엇으로 보답할까”(시 116:12). 자원하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감사제를 드리며 찬양으로 11월을 채운다. 그리고 감사와 함께 교회마다 새해 목회 계획을 준비하며, 목회자와 성도는 새해맞이로 마음을 모으게 된다. 

11월은 가을과 겨울 사이에 있는 어정쩡한 달이 아니다. 만물이 옷깃을 여미는 사이, 성도는 성령님의 인도하심과 말씀의 지혜로 새해를 준비하는 여호와 이레의 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