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추태화 소장(이레문화연구소)
12월은 성찰의 계절이다. 무엇보다도 한 해가 저물어 가는 감정의 페이소스(Pathos) 때문에 더욱 그러한 듯하다. 한 해를 마감하며 느끼는 회한은 인생을 값지게도, 후회스럽게도 한다.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는 시간은 의미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11월 말부터 지켜 온 대림절(Advent)이 서서히 절정을 향해 가고 있다. “나는 세상의 빛이니”(요 8:12)라고 자신을 계시하신 예수님을 기억하며, 매주 경건한 마음으로 초에 불을 붙인다. 대림절에 준비한 네 번째 초에 불이 밝혀지면 성탄일이다.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고, 설명할 수도 없는 신비와 기적이 바로 구주의 탄생이다. 하나님께서 인간의 구원을 위해 이 땅에 사람으로 오신 성육신(Incarnation)은 절대적 은혜다. 그래서 12월은 축복의 계절이요 축제의 계절이다. 세상 사람들에게는 “올해도 정말 수고했어요!”라는 격려가 있어서 훈훈하겠지만, 성도에게는 구원의 주 예수님께서 오신 것이 기쁨의 진짜 이유다.
교회의 기쁨이 퍼져 나가 온 세상이 즐거운 축제 분위기에 물들어야 하는데, 축제의 참된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경배받으셔야 할 아기 예수님은 뒷전에 계시고 산타클로스가 전면에 나선 것이다. 구유 주변에 있어야 할 양들은 보이지 않고 빨간 코 루돌프 사슴만 가득하다. 크리스마스를 기뻐하는 찬양보다는 캐롤이 더 널리 울려 퍼진다. 축제의 주인공이 뒤바뀐 것이다. 상술이 경건을 대체하는 세태를 어찌할까.
캐롤의 고전으로 여겨지는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라는 노래 제목에서 우리가 회복해야 할 성탄의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성탄은 바로 ‘당신’에 대한 하나님의 초청이다. “어느 누구나 어서 나오라”고 부르시는 행복한 초대다. 남녀노소, 인종, 국적, 문화 등에 차별이 없다.
성탄의 계절, 우리는 노래해야 한다. “이날은 즐거워하고 즐거워하세. 우리를 위해 구주가 나셨도다! 하늘 높은 보좌 버리시고 낮고 낮은 자리에 오신 성자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를 찬양하고 경배하세. 산을 넘고 물을 건너 경배하러 온 동방 박사들처럼 초라한 구유에 나신 아기 예수님께 경배하러 가세. 도시를 지나 시장을 거쳐 그 절대 은혜의 성소로 나아가세. 구주의 빛으로 세속 도시의 어둠이 물러가리라. 모든 세상 권세가 낮아지고 모든 소요가 잠잠하게 되며 믿는 자들의 심령이 오직 주님 영광 선포하리라. 솔리 데오 글로리아(Soli Deo Glor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