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추태화 소장(이레문화연구소)
송구영신의 밤이 지나고 새해 아침이 밝아 온다. 평상시 같으면 벅찬 소망으로 새해를 맞이했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 2년여의 시간 동안 마치 광야 같은 삶의 여정을 걸어온 우리 모두에게 올해의 시작은 남다르다.
코로나19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광야의 길은 다르게 느껴졌다. 전적인 심판의 진노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회개와 회복을 통한 대전환의 기회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었다. 어떻게 받아들이든 공통점은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서 바이러스를 통해 고난 속에서도 깨우침을 주시는 교훈적 사건이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인간의 죄성과 교만이 낳은 시대적 비극에서 우리를 부르시는 주님의 손길이었다.
여러 교회는 송구영신예배 시간에 성도들에게 새해 성경 구절을 선사한다. 어떤 교회는 담임목사가 기도 중에 각 성도에게 맞는 성경 구절을 선택해 선사하기도 하고, 어떤 교회는 성도들이 준비된 성구함에서 성경 구절을 뽑기도 한다. 이른바 ‘성경 구절 뽑기’이다. 또 어떤 경우는 성도들이 서로 준비한 성경 구절을 교환하며 나누기도 한다. 이렇게 교회 안에서 하나님 말씀으로 새해맞이를 한다. 과정은 다양하지만 성도들은 진지하게 자신이 만난 성경 구절을 묵상하며, 새해에 대한 기대와 소망을 갖는다.
세상의 풍속처럼 흥청망청 유흥과 놀이로 송구영신할 수는 없다. 생명과 시간은 소중한 하나님의 선물이기 때문이다. 모든 시간과 생명은 우리에게서 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물임이 확실하다. 그러므로 말씀을 붙잡고 우리에게 허락된 새해를 감사와 찬양으로 맞이해야 할 것이다. 어리석게 육체를 따라 새해맞이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갈 3:3).
종교개혁자 루터의 나라 독일은 2022년도를 위해 일찌감치 성경 구절을 선택했다. “내게 오는 자는 내가 결코 내쫓지 아니하리라”(요 6:37b). 독일은 성서공회를 비롯한 기독교 단체가 하나의 통일된 성경 구절을 묵상하며 한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한다. 나와 내 가정은 어떤 성경 말씀으로 2022년을 살아갈 것인가?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성경이 능력 있고 유익하지만, 새해를 맞이하며 선별된 성경 구절을 만나는 것은 특별하다. 신구약 전체 31,089절 가운데 내게 다가온 하나의 성경 말씀을 “다만 말씀으로만 하옵소서”(마 8:8)라고 고백했던 백부장의 심정으로 가슴에 새기고 살아간다면, 분명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은혜와 축복이 함께하는 한 해가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