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심여옥 집사
외동딸 지연이가 중학교 3학년이 되던 해, 어릴 적 했던 발레를 다시 하겠다고 조르기 시작했다. 공부가 하기 싫어서 잠깐 그러나 보다 하며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고, 결국 나는 금식하며 주님 앞에 내 판단을 내려놓았다.
아이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발레 학원에 나가 연습했다. 그렇지만 실력이 느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고, 턱없이 더디고 부족해 보였다. 그렇게 느릿느릿 시간은 흘러갔다. 그리고 올해 어느덧 고3이 된 지연이는 불안하고 초조한 시간들을 보내야만 했다. 자기가 학원에서 발레를 제일 못하는 것 같다고 자신감 없는 소리를 종종 하며 낙담했고, 지연이의 약한 체질과 부족한 실력을 알기에 나 또한 자신감을 잃어 갔다.
설상가상으로 지연이는 콩쿠르를 앞두고 무릎과 복숭아 뼈와 발가락에 염증이 생겨 고통스러워했다. 그런데 육신의 병보다 더 무서운 것은 지연이의 내면에 있었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 자신감은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한 딸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기도밖에 없었다.
콩쿠르 당일 병원으로 응급조치를 받으러 가는 지연이를 혼자 보내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무릎을 꿇고 기도하면 할수록 알 수 없는 강한 믿음이 내 가슴 밑바닥에서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내가 주께 나아가기도 감당하지 못할 줄을 알았나이다 말씀만 하사 내 하인을 낫게 하소서”눅 7:7. 내가 믿어야 할 상대는 의사가 아니라 하나님이었기에, 병원에 가지 않고 기도하게 하셨던 것이다.
지연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다 나으려면 5~8개월이 걸린다는 의사 말에 딸아이는 눈물을 터뜨렸다. 나는 지연이에게 하나님이 주신 말씀을 전해 주며, 이제 선택은 네가 하라고 말해 주었다. 의사 말을 믿고 콩쿠르를 포기하느냐 하나님 말씀을 믿고 일어서느냐 하는 것은 지연이의 선택이었다. 지연이는 결국 하나님 말씀에 의지해 콩쿠르를 포기하지 않았고, 하나님은 은상 수상이라는 믿기 어려운 결과를 선물로 주셨다. 그날 지연이는 함께 있던 사람들 앞에서 하나님이 자신의 기도를 들어주셨다고 고백했다.
지연이는 비로소 하나님이 자신과 함께하심을 믿게 되었고, 나는 사람의 눈으로는 부족해 보이지만 하나님이 능력 주실 때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아무것도 믿지 않을 것이다. 오로지 주님의 말씀 외에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