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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모험을 ‘살다’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2011)

과월호 보기 최 은(영화 평론가)

모험 전문 칼럼니스트 벤자민 미(맷 데이먼)는 6개월 전 아내와 사별했다. 사춘기 아들 딜런과 일곱 살 딸 로지를 홀로 돌보게 된 벤자민은 곧 자신이 글쓰기를 위한 ‘체험’이 아닌 진짜 ‘모험’을 앞두고 있음을 깨닫는다. 로지는 아직 어리고, 딜런은 엄마 잃은 충격으로 방황하다가 급기야 학교에서 퇴학을 당했다. 달에 옥토끼가 있다고 믿는 로지의 동심을 지켜 주면서 딜런의 상처를 보듬어 줄 새 환경이 필요했고, 이사를 결정한다.
벤자민은 마침내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했는데, 그곳은 대지 3만여 평에 수백 마리의 야생 동물들이 사는 폐장 직전의 로즈무어 동물원이었다. 전 재산을 들여 구입한 저택을 유지하기 위해 수익을 내야 했고, 재개장만이 답이었다. 동물원에는 고맙게도 열정과 인내, 능력을 갖춘 최소한의 직원들이 남아 있었다. 미녀 사육사 켈리(스칼렛 요한슨)도 그중 하나였다. 촌구석에서 동물들과 지내야 한다는 사실이 불만이던 딜런에게도 예쁘고 다정한 소녀 릴리(엘르 패닝)가 있어 다행이었다.
<제리 맥과이어>(1996)와 <바닐라 스카이>(2001)로 유명한 카메론 크로우 감독이 실제 칼럼니스트인 벤자민 미가 운영하는 영국의 ‘다트무어 동물원’을 모델로 만든 이 영화는 한 가족이 아픔을 딛고 위기를 극복하는 긍정의 드라마이지만, 한편으로는 충분히 애도하지 못한 산 자들의 고통을 다룬 영화이기도 하다. 벤자민은 아내를 몹시 그리워하면서도 정작 아내의 사진을 보는 일은 버거워한다. 엄마 사진을 끌어안고 자며 섬뜩한 지하세계의 그림을 그려대는 딜런이나 천진하고 속 깊은 말로 늘 아빠를 위로하지만 엄마 옷을 몰래 품고 있는 로지도 엄마를 ‘제대로’ 떠나보내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이 가족이 동물원을 사서 얻은 가장 큰 선물은 17살 된 병든 호랑이 ‘스파’를 만나고 그를 떠나보내는 죽음의 경험이었다. 벤자민과 가족들은 다시는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을 고통에 정직하게 반응하고 나서야 비로소 모두 함께 새로운 모험을 즐길 수 있었다.
이 영화는 글이 아닌 삶으로 쓰는 모험이란, 가장 두려웠던 현실과 거친 일상에 대한 ‘무모한’ 도전이 아니겠느냐고 되묻는다. 왜 이딴 동물원을 샀느냐는 켈리의 물음에 벤자민이 그랬듯이, 영화의 질문에 동일하게 답해본다. “Why n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