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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당신을 위한 사랑과 자비의 노래 -<러브 앤 머시>(2014)

과월호 보기 장다나(영화 평론가)

<러브 앤 머시>는 1962년, 일명 ‘서프 뮤직’으로 전 세계를 열광시킨 비치 보이스의 멤버 브라이언 윌슨(폴 다노, 존 쿠삭)의 연대기다. 비치 보이스는 1966년에 발표한 전설적인 앨범 <펫 사운즈>로 음악 전문 잡지 <롤링 스톤즈>가 선정한 역대 최고의 앨범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그러나 브라이언은 자신만의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음악으로 대중과 교감할 수 없게 되자 스트레스와 외로움, 공허를 이기지 못해 환각제에 의존하게 되는데, 이는 그가 1980년대 초까지 세상에 나오지 못한 이유가 된다. 20년 후 멜린다(엘리자베스 뱅크스)를 만난 브라이언은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며, 잃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러브 앤 머시>는 공연 장면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 이는 브라이언이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해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적 사건이 영화를 이끄는 주된 시선임을 의미한다. 감독은 브라이언에게 의미 있는 1960년대와 1980년대 두 시대를 통해 한 인간의 ‘화려한 상승’과 ‘끝없는 몰락’이라는 엄청난 간극을 담아냄과 동시에,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이미지를 들어 브라이언의 내면세계에 다가가고자 한다.
눈여겨볼 것은 두 시대 모두 브라이언을 옥죄는 아버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1960년대에는 생물학적인 아버지, 1980년대에는 정신적인 아버지인 주치의가 있다. 이들은 브라이언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자, 어떤 형태로든 브라이언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가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아마도 영화를 관통하는 가장 큰 정서는 이 두 사람으로 인한 브라이언의 외로움과 두려움, 그리고 아픔일 것이다.
그러나 침대에 누워 깊은 몰락의 시작을 상징했던 1960년대와는 달리, 1980년대는 침대에서 일어나 천천히 상승하는 시기를 그리고 있다. 바로 그 중심에는 멜린다의 진정한 사랑이 존재한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오르는 동안 흐르는 <러브 앤 머시>의 “사랑과 자비를 너와 네 친구들에게 바치마”라는 가사처럼 영화는 사랑과 위로, 자비야말로 죽어가는 이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놀라운 이름임을 새삼 느끼게 하며 깊은 울림을 안겨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