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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7월

잿더미 속 빛나는 인간다움 -<사울의 아들>(2015)

과월호 보기 장다나(영화 평론가)

나치의 학살이 극에 달했던 1944년 아우슈비츠. 여느 때처럼 시체를 처리하던 존더코만도 사울(게자 뢰리히)은 어느 날 시체더미 사이에서 작은 숨을 몰아쉬고 있는 자신의 아들을 발견하게 된다. 아들에게만은 정식으로 장례를 치러 주고 싶었던 그는 랍비를 찾아 비밀스레 수용소를 뒤지기 시작한다. 
<사울의 아들>은 1944년 비르케나우에서 일어났던 존더코만도(나치의 학살을 돕는 유태인 포로)의 봉기를 그 배경으로 한다. 이들은 다른 포로들보다 처우는 좋았으나 대학살의 증인이 될 위험이 있어 3~4개월마다 처형당했던 자들이다.
지난해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거머쥔 헝가리 감독 라즐로 네메스는 존더코만도의 생생한 증언을 담은 책 『잿더미로부터의 음성』을 읽은 후, 아우슈비츠 한복판으로 걸어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영화는 철저하게 주인공 사울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이 시선은 이야기 전개와는 무관한 불필요한 일들을 주목하기도 하고, 반복되는 일을 바라보기도 하며, 정작 끔찍한 장면은 포커스를 아웃시켜 정면으로 대면할 수 없게 만든다. 이렇게 사울을 경유해 전달된 이미지와 소리는 우리로 하여금 이 죽음의 장소에서 당시 희생자들의 시선과 감정을 전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인물과 카메라의 거리를 80cm 이내로 제한한 점, 35mm 아날로그 필름 포맷을 사용한 점 역시 생생함과 불안함의 정서에 직접적으로 다가가고자 하는 이 영화 고유의 방식이 된다. 결국 <사울의 아들>이 기존 홀로코스트 소재 영화들과 형식을 달리한 이유는 대학살의 만행을 민낯으로 보여 줌으로써 인류가 저지른 끔찍함에 결코 고개 돌릴 수 없음을 말하고자 했던 감독의 의도 때문일 것이다.
한편, 비참한 죽음이 넘치는 이곳에서 장례를 치르고자 하는 사울의 모습은 단 한 명이라도 의미 있는 죽음으로 대하기 위한 처절한 인간의 몸부림이자, 죽은 자들에 대한 위로와 인간다움의 가치를 찾아내려 한 숭고한 투쟁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울의 아들>은 진정한 인간됨의 모습, 혹은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되는 잔인한 역사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음을 지적하는 날선 메시지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