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장다나(영화 평론가)
초등학교 수영선수 준호(유재상)는 만년 4등이다. 수영을 좋아하지만 좋아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엄마는 1등을 해야 한다며 수시로 닦달하고, 코치(박해준)는 체벌을 가하며 순위에 욕심 없는 준호를 자극한다. 결국 처음으로 메달을 목에 걸지만, 체벌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져만 간다.
<4등>은 정당함을 등에 업은 현시대 ‘폭력’에 대한 단상이다. 승자에게만 가치를 부여하는 사회, 폭력의 민낯을 외면하는 이기심의 단면을 만년 4등 수영선수의 불안한 일상과 두려움의 정서를 통해 꼼꼼히 밟아 간다.
이 사회에서 체벌은 가장 정당화된 폭력의 이름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효과가 드러날 때는 체벌의 타당함이 인정되는 데 비해, 그렇지 않을 때는 이 둘 사이 어떠한 연관성도 제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벌은 ‘사랑의 매’로 둔갑돼 여전히 신뢰받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폭력의 기억이 어느 순간 타인을 향해 발현된다는 데 있다. 수영 감독이 행사한 폭력은 코치가 된 광수에게, 광수는 준호에게, 그리고 준호 역시 동생과의 관계를 폭력의 잣대를 사용해 바라보며 결국 인물들은 모두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된다.
순환되는 폭력의 중심에는 ‘1등’이라는 목표가 있다. 영화는 90년대 골프 선수 박세리의 LPGA 우승 장면과 주변의 환호성으로 시작한다. 이는 대한민국이라는 즉 1등이 아니고서는 어떠한 인정도, 가치도, 행복도 상상하기 힘든 거대 집단의 모습을 엿보게 한다. 도태되지 않고 경쟁 구도에서 승자가 돼야만 편안한 삶이 보장된다고 외치는 이 사회가 결국 1등만 외치는 엄마, 폭력을 외면했던 기자, 폭력을 대물림하는 코치의 모습을 만든다. 이는 어떤 개인의 욕심에서 출발한 것이 아닌, 일그러진 사회의 욕망에서 출발한 문제일 것이다.
이런 폭력과 이기의 시선 속에서도 한순간 아름답게 빛나는 것은 자유롭게 수영하고 싶어 하는 준호의 진심일 것이다. 준호의 내면은 종종 깊은 수영장 안에서 환상을 대면하는 듯한 이미지로 가득 펼쳐진다. 먹먹하지만 한없이 고요한 수심, 레인을 가로지르는 한 줄기 빛은 ‘1등을 위해 수영을 하는 것’이 아닌, ‘수영하기 위해 1등을 해야 하는’ 이 아이의 무거운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며 위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