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안소영 기자
가족이라서, 다른 이들에게는 쉽게 표현하는 사랑의 언어를, 때로는 용서의 언어를 못 건네곤 한다. 쑥스럽다고, 익숙하지 않다고, 혹은 말을 안 해도 알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말이다. 5월을 맞아 가족에게 사랑을 한번 표현해 보자. 그동안 맘속에 담아두고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사랑은 표현을 먹고 자란다.
| 소녀 같은 우리 엄마 - 임진희(서울 서초구 잠원동)
엄마, 문득 한 번도 엄마에게 ‘소소한 친절’을 베풀려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 이렇게 지면을 빌립니다. 엄마가 블로그를 꾸미기 시작하면서, 글이나 사진 올리는 것을 즐거워하셨죠. 그리고 나에게 사진이랑 글도 부탁하셨는데, 귀찮다는 이유로 여태껏 못 챙겼어요. 지난 밸런타인데이 때 내가 사들고 간 초콜릿에 즐거워하며 블로그에 그 사진을 올리시던 소녀 같은 우리 엄마. 차마 부끄러워 고백하지 못했던 말을 해봅니다. 사랑해요. 그리고 잘할게요.
| 곧 태어날 우리 아기 복음아 - 김남이(서울 송파구 신천동)
너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부터 엄마 아빠는 하나님의 마음을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아. 까만 초음파 사진을 보며 누구를 닮았을까 생각할 때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으신 창조의 신비를 짐작하게 되고, 너를 얼른 보고 싶어 조바심이 날 때면 하나님이 얼마나 우리를 기뻐하시고 사랑하셨을까 깨닫게 되지. 하나님이 우리를 대하시듯 우리도 너를 사랑과 공의로 키우길 소망한다. 그러려면 우리가 먼저 하나님을 더 알고 닮아 가야겠구나. 복음아, 이제 너도 곧 세상에 나오려고 준비하겠지? 그때까지 하나님께서 너를 안전하게 지키시길 기도해. 우리, 건강한 모습으로 반갑게 만나자.
| 사랑하는 나의 동생에게 - 이연희(강원도 동해시 쇄운동)
얼마 전 친구가 우리 집에서 함께 식사했을 때 기억나? 남은 반찬이 아까워 냉장고에 넣으려 했더니 네가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지. “우리 언니는 내가 설거지하게 하려고 저렇게 매일 먹다 남은 음식 다시 싸서 냉장고에 넣어요! 정말 곰을 가장한 여우예요! 당장 안 버릴래?” 그때 친구가 “연희가 음식은 못해도 설거지하는 건 정말 좋아하는데?”라며 갸우뚱했지. 사실 난 억울하기도 하고 조금 놀랐어. ‘우리가 자매이지만 서로에 대해 너무 몰라 이런 오해가 생기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 노력할게. 앞으론 남은 반찬 없이 만들고 다 먹을게. 그리고 설거지도 언제든지 시켜만 줘.
| 언제나 나보다 한수 위인 남편에게 - 배차선(서울 중구 신당동)
내가 하나님을 멀리하고 살 때는 함께 기도하자며 나를 다시 기도의 자리로 나오게 해주는 우리 남편. 내가 얼마나 고마워하고 사랑하는지 알지? 남편은 내 생애 최고의 선물 같아. 결혼 준비할 때인가, 내가 감정이 격해져 당신에게 상처가 되라고 단점을 지적할 때 당신이 “나의 단점을 이렇게 알려 줘서 고마워”라고 대답한 것을 잊을 수가 없어. 아무튼 나보단 한수 위라니까~. 아직도 한참 어린 나,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 엄마, 아빠, 미안해요 - 박미주(서울 강남구 삼성동)
난 교회 일로 바쁘다는 이유로 가족이 정작 힘들 때는 잘 챙기지 못하는 참 무심한 딸이었던 거 같아요. 엄마가 할아버지를 찾아뵈어야 한다고 했을 때, 난 할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신지도 모르고 너무나 태연하게 교회 수련회 가겠다고 말했지요. 엄마 아빠 가슴 아프게 해놓고도 가족이란 이름으로 이해해 주겠지 하며 미안하다는 말도 못했어요. 쑥스럽고, 많이 늦었지만 죄송해요. 그리고 하나님의 사랑과 나의 사랑을 <날마다 솟는 샘물>에 가득 담아 사랑한다는 말을 전해요.
| 늘 기도하시는 어머니께 - 옥순일(서울 구로구 구로동)
타지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까지는 어머니께서 저를 위해 새벽마다 기도하신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입학식 때 자식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참으셨던 어머니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끝내 눈물을 보이셨다는 말, 그리고 어머니께서 저를 위해 날마다 새벽에 기도하신다는 것이 제가 타지에서 홀로 생활하며 어려운 상황에 부딪힐 때마다 저를 주님 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잡아 준 원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비록 이번 어머니 생신에도 고향에 내려가지는 못하지만, 어머니와 우리 가정을 위해 늘 기도하며 열심히 살겠습니다. 어머니,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