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장다나(영화 평론가)
12년 전 집을 나간 딸 안티아(프리실라 델가도)를 가슴에 묻은 채 살아가는 줄리에타(엠마 수아레스)는 우연히 딸의 소식을 듣게 된다. 자신의 실수로 멀어진 딸에 대한 죄책감으로 줄리에타는 하루하루 과거를 회고하며 딸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캐나다의 소설가 앨리스 먼로의 단편 소설
그런데 여기서 감독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런 줄리에타의 죄의식이 본인의 삶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대물림의 형질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줄리에타와 흡사한 죄의식이 딸의 내면에서 고개를 드는 순간, 모녀는 죄의식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닮아 있다. 그리고 속죄를 바라는 모습 또한 서로 닮아 간다. 마치 평행우주와도 같은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는 알모도바르의 핵심 주제, 바로 ‘여성 간의 연대와 이해’라는 이름이 된다.
결국 영화는 줄리에타로 상징되는, 인간의 끊임없이 반복되는 죄의식과 속죄의 문제를 한 가지로 귀결시킨다.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전반적 흐름이자 진행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 ‘편지’다. 편지는 줄리에타의 죄의식과 욕망을 회상의 방식으로 재현하는 한편, 딸에게 이해와 용서를 구하는 고백의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리고 그녀의 편지가 끝날 때쯤, 딸의 편지가 시작된다. 보이지 않는 인생의 끈으로 이어진 엄마와 딸, 이 두 여성은 죄의식뿐만 아니라 용서와 이해 또한 서로를 향한 편지지에 나란히 써 내려간다. 그런 의미에서 <줄리에타>는 인간의 욕망과 죄의식, 그것을 속죄하려는 엄마와 딸의 연대를 이야기하고자 한 알모도바르식 ‘편지’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