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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5월

인간의 욕망을 좇는 판타지<테일 오브 테일즈>(2016)

과월호 보기 장다나(영화 평론가)

1600년대 바로크 시기의 세 왕국. 아들에 집착하는 롱트렐리스 여왕(셀마 헤이엑), 마법으로 아름다움과 젊음을 갖게 된 도라(스테이시 마틴), 그리고 거대한 벼룩을 키우는 하이힐스 왕(토비 존스)까지, 이들은 각자의 은밀한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광기 어린 선택을 한다.
감독 마테오 가로네는 나폴리의 실제 범죄 조직의 실상을 통해 현 이탈리아의 비극을 은유한 작품 <고모라>로 주목받은 신예다. 시종일관 건조하고 담담한 전작에 비해 이번 작품은 판타지적인 특징이 두드러지지만, 비뚤어진 모성과 리더의 패악,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 같은 소재는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고민의 여지를 던진다.
<테일 오브 테일즈>는 이탈리아 작가 잠바티스타 바실레의 동화 『펜타메로네』에서 에피소드를 가져온다. 특히 감독은 『펜타메로네』의 50가지 이야기 중 에로티시즘과 폭력성, 더불어 윤리적인 측면까지 혼합된 세 작품을 추려 <테일 오브 테일즈>의 에피소드로 삼았다.
감독은 기이하고 괴상한 기존 예술 작품 속에서도 영감을 받고자 했는데, 그중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작품이 프란시스코 고야의 판화 연작인 ‘로스 카프리초스’다. 아마도 악마, 마녀, 몰락한 상류층의 모습을 통해 사회를 풍자하는 이 작품의 핵심이 결국 바실레의 원작이 다루는 기괴하고 섬뜩한 인간의 본성과 맞닿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테일 오브 테일즈>는 세 개의 이야기를 다룬 옴니버스 형식이지만, 모든 방향성은 한 곳을 향한다. 바로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그로 인한 비극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집착, 사랑, 환상, 젊음 같은 내면의 욕망을 집어삼키며 서서히 광기 어린 존재로 변모하게 된다. 아들에 대한 집착으로 박쥐가 된 여왕, 피부를 벗긴 채 하염없이 계단을 오르는 여자, 피를 먹여 키운 거대한 벼룩과도 같은 무능력한 왕이 그렇듯, 인물들은 모두 욕망의 도가 지나쳐 결국 스스로 몰락하게 된다.
어쩌면 괴물이란 존재는 저 멀리에 있는 판타지적 존재가 아닌 비뚤어진 욕망을 좇는 인간 내면의 모습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섬뜩한 욕망의 본질을 생생하게 들추는 이 영화는, 어쩌면 판타지가 아닐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