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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당신의 기억은 안녕하십니까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2013)

과월호 보기 장다나(영화 평론가)

어릴 적 충격으로 말을 하지 못하는 폴(귀욤 고익스)은 이모들의 댄스 학원에서 반주를 하며, 원치 않는 피아노 콩쿠르를 준비하는 청년이다. 우연히 만난 프루스트 부인(앤르니)의 집에서 그녀가 만든 차를 마신 후, 한동안 잃어버렸던 기억을 하나둘 찾게 된 폴은 점차 자신의 의지로 삶을 선택하게 된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잃어버린 기억의 단편, 그리고 그 기억이 갖고 있는 연약함에 대한 우화다. 감독 실뱅 쇼메는 영화가 제시하려는 기억의 속성을 극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마르셀 프루스트의 저서와 실제 그가 집필을 위해 기억에 접근했던 방법까지 영화 속으로 적극 수용했다고 밝힌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의식이 흘러가도록 하고, 그 흐름을 따라 가장 깊이 자리 잡은 무의식의 기억에 도달하게 한다. 차를 마시거나 어릴 적 자주 먹던 과자를 먹는 등 감각을 자극하는 일종의 ‘촉매제’로 연상 작용을 일으켜 기억과 내면을 마주하게 하는 방식이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차와 마들렌이라는 기억의 촉매를 고스란히 영화적 상황으로 끌어온다. 그뿐 아니라 폴이 어릴 적 천장에 달려 있던 모빌, 엄마가 틀어 주던 오르골 등 다양하게 등장하는 소품들은 프루스트 부인의 말대로 ‘기억을 낚는 미끼’ 혹은 촉매제가 돼 폴의 잃어버린 과거를 되찾아 준다.
그러나 영화는 기억이 가진 또 다른 속성을 섬세하게 들춰낸다. 바로 원하는 부분만 꺼내 볼 수는 없다는 점이다. 폴은 프루스트 부인의 도움으로 아버지에 대한 오해를 풀고 소중한 기억을 되찾음과 동시에, 부모의 죽음과 관련된 끔찍한 사실 또한 마주하게 된다. 충격으로 방황하는 폴에게 프루스트 부인은 말한다. “흘러간 기억일 뿐이야. 아픈 기억은 훌훌 털어 버리고 네 갈 길을 가.”
과연 우리가 기억하고 싶은 순간은 언제인가. 과거의 기억은 현재의 나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프루스트 부인의 말처럼 기억은 흘러간 시간일 뿐, 그것이 진정제가 될지 독약이 될지는 기억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