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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미국을 바라보는 유머러스한 통찰 <다음 침공은 어디?>(2016)

과월호 보기 장다나(영화 평론가)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는 전 세계를 침공해 미국에 필요한 것들을 훔쳐 오는 일명 ‘비밀리에 투입된 전사’(?)다. 그는 교육 수준 1위를 자랑하는 핀란드, 무상 교육을 실시하는 슬로베니아, 미슐랭 3스타급 급식을 제공하는 프랑스, 8주 유급 휴가를 보장하는 이탈리아 등을 돌며 훌륭한 복지, 의료, 교육 제도를 살피고, 이를 약탈해 미국으로 가져가기로 선언한다. 그렇게 9개국을 하나하나 정복해 가던 마이클 무어는 중요한 사실을 깨닫는다.
<다음 침공은 어디?>는 엉뚱한 발상과 위트로 감싼 다큐멘터리다. 감독 마이클 무어는 역동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은 현시대 최고의 다큐멘터리 감독 중 한 명이다. 제너럴모터스의 전횡을 폭로한 <로저와 나>로 데뷔, <화씨 911>, <볼링 포 콜럼바인>, <식코> 등을 통해 자본으로 점철된 미국 사회의 부조리를 여과 없이 고발해 왔다.
이 영화가 전작과 다른 점은 과거의 신랄함과 예리함보다 유머러스하고 우회적인 ‘방식’으로 다가갔다는 사실이다. 총과 무기가 아닌 방식으로 약탈하는 컨셉이 주는 익살스러움도 있지만, 무기, 석유 약탈, 전쟁의 총성 등 불편한 현실을 안고 있는 현 미국 사회를 향한 감독의 안타까운 시선 또한 존재한다.
<다음 침공은 어디?>는 미국에 대한 영화지만 미국이 등장하지 않는다. 감독은 세계 각지를 돌며 미국이 빼앗아야 할 리스트를 직접 체험하고 발견한다. 9개국의 근로 조건, 급식, 교육 등에 주목하며, 세계 1위의 자본주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업무량, 가계 부채, 학자금 대출 등으로 신음하는 현 미국 사회를 삐딱하게 조명한다.
한편으로는 장난스러운 제목과 전개에서 감독 개인의 애국심이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 전반에는 날 선 비판이 보이지만, 그 깊은 곳에는 조국에 대한 애정과 낙관적으로 미국의 미래를 바라보려는 희망이 스며 있다. 누구를 위해 전쟁을 준비하는지, 세금은 왜 모조리 국방비로 흘러가는지, 돈이 없다는 이유로 아픈 자를 방치하는 일이 과연 옳은지 등 타국을 통해 현 미국 사회를 비춰 보는 이 영화는 오만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타산지석의 마음으로 돌아보자는 감독의 유화된 제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