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장다나(영화 평론가)
자신을 ‘레이디 버드’로 불러 달라는 소녀 크리스틴(시얼샤 로넌). 그녀는 학생 회장 당선보다 선거 준비 과정이 더 즐겁고, 수학 성적은 바닥이지만 수학 올림피아드에는 나가고 싶은, 조금은 독특하고 꿈 많은 소녀다. 그녀에게는 한 가지 고민이 있다. 바로 꿈과 현실의 괴리가 너무나도 크다는 것이다. 결국 그녀는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자신의 꿈을 우습게 여기는 엄마와 지긋지긋한 새크라멘토를 떠나 화려한 뉴욕 생활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프란시스 하>를 통해 가난한 청춘의 삶을 개성 넘치는 유머로 보여 준 배우 그레타 거윅은 첫 연출작 <레이디 버드>를 통해 불안하고 유치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청춘의 모습을 소개한다. <프란시스 하>에 각본가로도 참여했던 그레타 거윅은 20대 초반 연기자의 꿈을 안고 뉴욕으로 올라왔을 당시,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 채 마냥 위태롭기만 했던 자신의 젊은 날을 스크린에 정직하게 투영했다.
크리스틴은 번듯한 직장 하나 없는 오빠, 무능력한 아빠, 그녀를 철부지로만 보는 엄마와 함께 기찻길 끝에 위치한 작은 집에 살고 있다. 그녀는 자신이 ‘레이디 버드’로 불리게 되면, 크리스틴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것들을 털어 버리고 새로운 인물, 새로운 삶을 향해 날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 모양이다.
그러나 생각과 다르게 레이디 버드의 기대와 꿈은 조금씩 깨진다. 순수하고 로맨틱한 기대와는 전혀 맞지 않는 남자 친구들부터, 줄줄이 이어지는 대학 불합격 소식까지, 현실은 결코 희망처럼 되지 않는다. 겨우 붙은 예비 합격, 그것도 아빠의 대출을 통해 간신히 입학 허가를 받은 그녀의 기쁨은 가족에게 민폐가 되고, 엄마와 등을 돌리는 상황에 놓인다. 이기적이기도 한 그녀의 꿈은 지속적으로 현실과 부딪히며 조금씩 깨지고 혹은 다듬어진다.
이 영화는 철부지처럼 보이는 소녀의 꿈과 성장의 변화를 섬세한 대사와 감정선으로 담아낸다. 그렇게 잊고 싶고 떠나고 싶던 새크라멘토를 떠나 뉴욕 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는 친구의 말에 ‘크리스틴’이라고 대답한다. 아마도 그렇게 떠나보내고 싶었던 미움의 대상도 어쩌면 지금의 나를 완성한 하나의 조각이었음을 인정하는 순간이었을까? 슬픈 기억은 하나의 추억이 되고, 그렇게 소녀는 어른이 돼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