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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3월

잔잔하게 되살아나는 말씀과 찬양

과월호 보기 오정현 목사

어느 날 문득 어린 시절 불렀던 찬양 가사 한 구절이 혀끝에 계속 맴돌며 흥얼거리게 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가? 그 찬양의 힘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큰 위로를 얻거나 오랫동안 잊었던 주님의 사랑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려본 적이 있는가? 모름지기 신앙인이라면, 이런 경험을 한두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어릴 적부터 개척 교회 목사의 아들로 자란 내게 교회는 세상의 전부였다. 그 안에는 친구와의 우정도 있었고,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꿈과 좌절도 있었다. 무엇보다 어린 시절부터 들어온 찬송가와 복음성가는 나의 내면을 살찌웠고, 영적 풍요로움을 더해 주었다. 예전에 자주 부르며 깊은 은혜에 빠졌던 찬양 중, 요즘 다시 부르면서 새롭게 큰 은혜를 체험하는 것을 볼 때, 찬양도 살아 역사하는 또 하나의 말씀임을 깨닫게 된다. 최근 주일예배 말미에 불렀던 찬송가 383장 ‘환난과 핍박 중에도’와 533장 ‘내 맘의 주여 소망 되소서’ 등이 그렇다. 또한 작년 특새 때 많이 불렀던 복음성가 ‘주님께서 세운 교회’ 역시 부를수록 교회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솟구치게 된다.
“주님께서 세운 교회 날로 날로 부흥되도다/여기 모인 주의 백성 모두 은혜 충만하도다/은혜가 충만한 교회, 말씀이 충만한 교회/사랑이 충만한 교회, 성령이 충만한 교회···” 부르면 부를수록 과거의 추억이 되살아나고, 현재를 사는 힘이 되며, 미래를 희망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찬양은 ‘곡조가 있는 기도’라는 말에 동감하게 된다. 최근 열렸던 평양대부흥 100주년 기념 ‘역사를 이루는 기도’의 현장에서도 2만여 명에 이르는 성도들이 함께 뛰며 찬양을 부를 때 주님의 임재 속에서 우리의 영혼이 소생하는 경험을 했다.
말씀도 마찬가지다. 자기만의 좋아하는 말씀이 있는가 하면, 책갈피 사이에 끼워 놓은 암송구절도 있다. 또 적절한 시기에 떠오르거나 묵상하며 큰 도움을 받게 되는 말씀도 있다. 심리학 용어 가운데 “기억요법”이라는 것이 있다. 소중한 기억을 잘 간직하고 필요할 때마다 반추하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물며 영광스런 하나님의 말씀임에랴! 찬양이나 말씀이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이의 마음 밭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은혜를 받아들일 만큼, 겸손히 비워져 있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른 비와 늦은 비를 우리 인생길에 내려 주시는 주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마음 밭이라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조금씩 우리에게 가장 잘 맞는 말씀과 찬양으로 인생길을 열어 주시는 그분의 능력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발행인 오정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