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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2월

100년 전, 그 마음을 회복하자

과월호 보기 오정현 목사

올해의 화두는 뭐니 뭐니 해도 ‘부흥’이 될 것 같다. 우리 사회와 기독교계 모두 중요한 사건을 눈앞에 두고, 뭔가 큰 변화가 일어났으면 하는 기대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흥이란 쇠(衰)하였던 것을 다시 일어나게 하는 것을 뜻한다.
한국 교회는 올해 이곳저곳에서 100년 전 평양에서 일어났던 부흥 운동을 다시 일으키고자 회개와 자정 운동, 기도회 등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렇듯 다시 한 번 한국 교회를 새롭게 할 부흥을 사모하고, 강조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부흥’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다고, 100년 전 평양에서 일어났던 부흥과 똑같은 성격의 부흥이 2007년에 반드시 일어나리란 보장은 없다. 특히 부흥이라는 단어를 전적으로 성장과 숫자의 의미로만 해석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여기서 잠시 눈을 감고 100년 전으로 돌아가 한 장면을 그려봤으면 싶다. 평양의 작고 초라한 장대현교회에 새해 벽두부터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오는 장면을 말이다. 영국 선교사 토마스는 여러 사람에게 성경을 전했는데, 그중 평양성 관리 박영식에게도 성경이 전해지게 됐다. 종이 질이 좋아 성경을 벽에 도배한 박영식은 벽에 붙인 성경을 아침저녁으로 읽다가 구원을 받게 된다. 그의 집은 훗날 널다리교회가 되었고, 그 교회가 평양 장대현교회로 바뀌었다. 하나님의 말씀은 하찮은 도배용지로 쓰이면서까지, 역사의 큰 흐름 가운데 빈틈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부흥을 일으킨다.
이 장대현교회에 사람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든 것은 바로 마술쇼나 로또복권 당첨행사를 보기 위함이 아니라, 성경공부 모임인 사경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가난했지만, 이불, 옷감, 땔감 등을 스스로 준비해 오면서까지 말씀을 보고 듣기를 사모했다. 복음에 대한 가난한 심령과 야성, 그리고 순수한 열정을 지닌 이들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모아진 마음들에 성령님의 기름 부으심이 임하셨고, 전국으로 부흥이 번지게 된 것이다.
2007년, 100년 후를 살고 있는 우리는 그때 그들의 마음을 되살려야 한다. 우리가 정작 잃어버린 것은 몇 백만 명이 되는 교인 수나 헌금 액수가 아니라, 100년 전 평양 장대현교회에 모인 우리 신앙 선배들이 지녔던 순수한 그 마음이다. 그 마음이 바로 말씀 앞에서 깨어지고, 회개의 눈물로 나타난 것이다. 부흥은 하나님의 주권적인 선물이지만, 100년 전에 말씀을 사모했던 그 마음을 모든 신앙인이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부터 회복하는 게 진정한 부흥의 시작이지 않을까 싶다. 

 

 

 

발행인 오정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