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오정현 목사
최근 드라마 중에서 큰 인기를 얻은 두 개의 사극이 있다. 하나는 조선시대 4대 임금인 세종을 다룬 사극 <대왕 세종>이고, 또 하나는 22대 임금 정조를 그린 사극 <이산>이다. 두 임금 모두 성군으로 평가받는 임금인데, 얼마 전 이들의 통치 스타일을 비교 분석한 논문이 발표됐다. 두 사람 모두 ‘보지 않은 책이 없을 정도’의 호학(好學)군주라는 공통점을 지녔으나, 세종은 듣기 좋아하는 임금이었고, 정조는 말하기를 좋아하는 임금으로 통치 스타일이 상반됐다는 것이다.
즉, 세종은 말수가 적었으며 신하들에게 의제를 던져 주고 “함께 의논하여 아뢰라”는 식이었는데 말끝마다 “경들의 의견을 말해 보라”며 직언을 요청했다. 반면 논쟁을 즐겼던 정조는 신하들과 대화를 나눌 때 말 첫머리부터 “그렇지 않다”, “결단코 그렇지 않다”, 심지어 “경들이 하는 일이 한탄스럽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비단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인 임금뿐만 아니라, 크리스천인 우리도 말이나 대화의 기술이 부족해 관계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어떤 때는 “믿는 사람이 그렇게 말을 해도 되느냐”고 불신자들부터 공격을 받기도 한다. 또 은혜스럽지 못한 말이나 남의 말을 듣는 부분이 약해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사는 경우도 흔하다.
‘귀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리는 프랑스의 의학자 알프레 토마티는 “히어링(hearing)은 귀에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무심히 흘려보내는 수동적 듣기인 반면, 리스닝(listening)은 의식을 집중해 정보를 모은 뒤 이를 분석해 뇌로 보내는 능동적 듣기”라고 했다. 즉, 듣는 지혜와 기술이 친구와 연인 사이는 물론 가족 관계, 직장 생활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며, 리스닝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침묵과 듣기를 잃는 순간 나를 앞세우게 되며, 남을 지배하려 하기 때문이다.『경청의 힘』을 쓴 미국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래리 바커는 오프라 윈프리, 래리 킹처럼 말을 잘하는 사람들의 비결은 깊이 듣기, 즉 ‘경청’의 힘에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일상에서 듣는 능력이 떨어지면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크리스천들이 말을 잘하고 잘 듣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하나님 말씀을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성경을 통해 하나님 말씀을 경청하려면 먼저 침묵하게 되고, 말씀에 눈을 집중하게 된다. 또 말씀의 의미를 깊이 경청하면서 내 말의 깊이도 덩달아 깊어지고 풍성해짐을 경험할 수 있다. 하나님이 말씀을 통해 주시는 내 삶의 메시지를 읽는 순간, 어지럽던 삶이 통제되고 질서정연해지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대화할 때도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하면 상대가 겁을 먹기 마련이다. 그러나 ‘어떻게’, ‘무엇’에 관해 리스닝할 수 있는 성경 말씀은 하나님이 그분의 속이야기를 내게 허심탄회하게 들려주시는 시간이다. 오늘도 말씀을 펴고, 하나님께 나의 불만족스러운 상황에 대해 ‘왜’라고 반문하기보다는 그분이 주시는 ‘무엇’에 집중해서 듣는 시간을 갖자. 풍성하고 기쁜 은혜의 소식을 하나님이 들려주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