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오정현 목사
요즘은 가히 진리의 수난시대다. 사람들은 더 이상 진리를 환영하지 않는다. 진리에 대한 무관심 내지 불감증은 바이러스처럼 교회로까지 전염되고 있다. 성경은 더 이상 진리이신 하나님을 찾는 문이 아니라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서가 되어버렸다. 천국과 지옥,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 값을 치르는 제자도의 삶은 성경 말씀을 선포하는 강단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강단에서 성경이 성경으로 가르쳐지지 않을 때 오는 무서운 위기를 지금은 텅 비어버린 스코틀랜드 교회가 산 역사로 보여주고 있다.
스코틀랜드는 장로교의 본산이다. 16세기 중반에 불꽃같은 설교자였던 존 낙스를 통해서 일어난 부흥의 불길은 영국의 전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스코틀랜드 장로교가 태동되었다. 그런데 지금 스코틀랜드 교회를 가보면 노인들 외에는 찾는 이가 없을 정도로 텅 비어 있다. 고든 콘웰 신학교 교수로 있는 이문장 교수의 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스코틀랜드 교회에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그곳의 젊은 목회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성경을 가르치는 데 실패한 것이 가장 뼈 아픈 실수’라고 지적한다. 교회가 차고 넘치던 시기에 말씀을 가르치는 수준을 높이고 예수님의 제자도를 뿌리 내리도록 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교회사적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 스코틀랜드의 교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시기는 유럽의 신학계가 비평적 성경연구에서 괄목할만한 학문적 업적을 이루었던 시기와 일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경을 연구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우선순위가 뒤바뀌면 사도 베드로의 경고처럼 “억지로 풀다가 스스로 멸망하는” 영적인 패가망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성경 속에는 우리가 그토록 알고 싶어 했던 문제들, 필요로 하는 지식들, 참된 것이 다 들어있다. 나는 어디에서 온 존재인가? 결국 나는 어디로 가는가? 죽음 이후에 영원한 어두움 속에 빠져들 것인가 아니면 찬란한 빛으로 인도될 것인가? 죽음의 강을 건너면 영원한 생명의 강인가 아니면 영원한 형벌의 곳인가?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장차 마주할 세계에 대해서 인생의 가장 중요한 나침반이요, 인생 비행의 레이더 판으로, 건축가가 가장 신뢰할 건축설계도로 성경을 주셨다.
중요한 것은 성경을 변증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 들이고 믿음으로 선포하라는 것이다. “성경은 마치 동물의 왕 사자와 같다. 누가 사자를 변호하고 보호해준다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사자는 풀어놓으면 스스로 자신을 능히 지킨다. 성경 말씀도 이와 같다.” 우리가 성경을 고고학적으로, 변증학적으로 변호할 수 있지만,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고 선포하기만 하면 말씀 자체가 능력으로 역사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성경 말씀을 있는 그대로 순전히 믿고 선포하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