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오정현 목사
“보이지 않는 조선의 마음, 주여!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주님! 메마르고 가난한 땅, 나무 한 그루 시원하게 자라 오르지 못하고 있는 땅에 저희는 옮겨져 앉았습니다. 그 넓고 넓은 태평양을 어떻게 건너왔는지 그 사실이 기적입니다. … 조선 남자들의 속셈이 보이질 않습니다. 이 나라 조정의 내심도 보이질 않습니다. 가마를 타고 다니는 여자들을 영영 볼 기회가 없으면 어쩌나 합니다. 조선의 마음이 보이질 않습니다. … 지금은 예배드릴 예배당도 없고 학교도 없고 그저 경계와 의심과 멸시와 천대함이 가득한 곳이지만 이곳이 머지않아 은총의 땅이 되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주여! 오직 제 믿음을 붙잡아 주소서!”
이는 백여 년 전 언더우드 선교사가 한국 땅을 위해 기도한 기도문이다. 이 기도문을 읽다 보면 저절로 감격에 젖게 된다. 자신의 나라도 아닌, 멀리 타지에서 이름도 들어 보지 못한 가난하고 메마른 조선 땅에 온갖 고생을 자처하고 와서 기도한 언더우드 선교사의 기도가 지금 몇 백 배의 열매를 맺고 있으니 말이다. 특히 조선 남자들과 조정의 내심을 알지 못해 고민하지만, 믿음 하나만으로 배타와 의심, 천대를 극복하고, 조선이 머지않아 은총의 땅이 되리라는 것을 기대했던 마음은 우리로 하여금 부끄럽게까지 한다.
가끔씩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민족을 위해 기도하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떠오른다. 사실 그때는 개인과 가정을 위해 기도하기만도 바빴기에, 아버지의 말씀에 수긍하기가 솔직히 어려웠다.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순종하는 마음으로 민족을 위해 기도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개인보다 민족을 위해 기도하라는 아버지의 말씀에 얼마나 깊은 뜻이 담겨 있는지 훗날 이해하게 되었다. 비록 어린 시절에는 가슴 뜨겁게 민족을 사랑하며 기도하지는 못했지만 그 기도들이 쌓여 오늘날 실제로 한국 교회와 세계 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사역을 하다 보면 가정 형편이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주의 일을 위해 기쁨으로 헌신하는 이들을 목격할 수 있다. 이들의 모습은 세상적인 시각에서 보면 이상할지 모르지만, 하나님의 시각에서는 예수를 따르기 위해 생업을 포기하고 나섰던 베드로와 제자들처럼 값진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우리는 이 땅에서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문제는 영의 초점이 어디에 있느냐이다. 세상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입을 것인가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느헤미야가 무너진 성벽을 위해 기도했던 것처럼, 에스더가 목숨을 걸고 금식기도하며 위기일발에서 민족을 구했던 것처럼 지금은 우리에게도 골방의 기도를 넘어 언더우드 선교사처럼 민족과 열방을 향한 기도가 더욱더 필요한 때이다.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 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