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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8월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감사하다

과월호 보기 오정현 목사

미국 코넬대학 메드멕 교수는 흥미로운 조사를 발표했다. 내용은 1992년 하계올림픽 시상대에 오른 선수들의 표정과 모습을 비디오로 찍어 분석하고 인터뷰한 것이다. 분석 결과, 동메달 수상자의 표정이 은메달 수상자의 표정보다 행복해 보였으며, 은메달 수상자는 불만과 후회의 표정이 가득했다는 것이다. 그가 그 원인에 대해 분석해 보니, 동메달을 딴 수상자는 자칫하면 동메달도 따지 못해 시상대에 오를 수 없었을 것이라는 안도의 마음이 그를 행복하게 했고, 은메달 수상자는 금메달 수상자를 보면서 ‘내가 바로 저 자리에 설 수 있었는데…’라는 미련과 욕심이 마음 가운데 자리 잡아 동메달 수상자보다는 덜 행복해 보였다는 것이다.
마태복음 20장에 이와 비슷한 비유가 나온다. 포도원 주인은 장터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시간마다 그들에게 가서 포도원에 들어가 일을 하면 한 데나리온씩 주겠다고 약속한다. 결산 시간이 되었을 때, 먼저 온 사람들이 나중에 온 사람들과 똑같이 한 데나리온씩만 받게 되자 주인을 원망한다. 그들은 더 일찍 와서 일한 만큼 더 많은 돈을 받아야 하는 게 아니냐고 주장한다. 일견 그들의 주장은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주인의 입장에서는 애초에 포도원에서 일하면 한 데나리온씩 주겠다고 했기에 약속을 어긴 것이 아니다.
포도원에 일찍 와 더 많은 돈을 받을 줄 알았던 이들은 마치 은메달 수상자와 같이 욕심과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있다. 상대편의 처지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고 이해하라는 뜻이다. 한 데나리온 받고 불평하던 그들은 원래 직업이 없어 놀고 있던 실업자였다. 그러던 그들에게 포도원 주인은 일터와 돈도 줬다. 그러니 늦게 온 사람과 똑같은 임금을 줬다고 불평할 필요가 없다. 처음부터 그렇게 약속했던 것이니, 오히려 포도원에서 일할 수 없었던 시절의 처지를 생각하며 감사해야 한다. 은메달 수상자 역시 입장 바꿔 생각해 보면 금메달을 못 따서 인간적으로 서운할 수 있지만, 그가 딴 메달은 3위인 동메달보다 높은 은메달이었으며, 아예 메달을 따지 못한 수많은 선수들보다 훨씬 나은 위치에 있었다.
현재 우리 사회와 교회 안에는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며 불평하는 이들이 많다. 인간적인 감정이나 이해타산으로 따지면, 포도원에 먼저 온 사람들의 주장이나 은메달 수상자와 같은 원망이나 미련이 나올 수 있는 사안들이 많다. 그러나 내 입장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입장이 돼서 생각해 보자. 감사거리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세상과 다른 것은 “너의 원수를 사랑하고, 너를 욕하는 자를 위해 기도하라”고 하신 예수님의 삶을 담아내기 위해서다. 때론 세상이 교회를 무고히 비판하고, 무시할지라도 교회는 세상을 품고 사랑하며, 기도해야 한다. 그러면 결국 이것에 대항하여 이길 자가 없다. 이 말씀을 붙든다면,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승리할 것이다.

 - 오정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