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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9월

명함의 뒷면을 채우는 인생

과월호 보기 오정현 목사

처음 본 사람들이 제일 먼저 하는 게 ‘인사’다. 그러면서 서로 교환하는 게 ‘명함’이다. 명함 하나만 봐도 그 사람의 능력이나 지위를 단박에 알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현재 자신이 갖고 있는 명함의 직함보다 더 근사하고 화려한 명함을 갖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해 승진에 욕심을 내기도 하고, 좋은 회사로 이직을 무릅쓰기도 한다.
  어느 기업의 대표 이사, 은행의 총재, 언론사의 사장 등 명함의 앞면은 사회적인 지위뿐만 아니라, 때로는 인간관계에서도 서열과 우선순위가 매겨질 때가 있다. 심지어 교회 안에서도 명함 앞면에 새겨진 직함의 위력이 강하게 작용될 때가 많다.
  그런데 어느 날 명함 앞면의 직함이 사라질 때가 있다. 더 좋은 직함이 새겨진 명함으로 교체된 것이 아니라, 아예 빈 공간으로 남는 경우도 있고, 전보다 더 내려앉은 직함이 새겨진 명함을 내밀어야 할 때도 올 수 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낮은 직함에서 전보다 더 높은 직함의 명함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하는 것이 있다. 바로 명함의 뒷면이다. 명함의 뒷면은 보통 빈 공간으로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진정으로 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명함의 뒷면에 있다. 직함에 어울리는 삶을 살고 있는지, 자신의 정체성에 맞게 행동하고 있는지, 삶이 진정으로 풍요롭고 행복하게 채워지고 있는지, 이제는 보이지 않는 명함 뒷면의 직함과 약력에 신경 써야 한다.
  갈렙은 가나안 정탐에 참여한 후, 다른 10명은 가나안 정복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으나, 여호수아와 함께 하나님의 권능으로 친히 가나안 정복이 가능하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실제로 하나님의 축복은 여호수아에게만 임한 듯했다. 여호수아는 모세에 이어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되는 직함의 명함을 얻게 된 것이다. 반면, 갈렙은 앞면의 화려한 직분의 명함을 갖지 못한 채 오랜 세월을 보낸다. 그러나 훗날 헤브론이 갈렙의 기업이 되는데, 이는 그가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를 온전히 그리고 성실히 좇았기 때문이다.
  “오직 여분네의 아들 갈렙은 온전히 여호와께 순종하였은즉 그는 그것을 볼 것이요 그가 밟은 땅을 내가 그와 그의 자손에게 주리라 하시고”(신 1:36). 즉, 갈렙은 명함 앞면보다는 뒷면의 직함, 주님께 순종하는 자로서의 삶에 성실했던 것이다.
  우리는 꿈을 꾸면서도 나이에 얽매이게 될 때가 많다. 그러나 갈렙처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갈렙처럼 그 꿈이 더디게 응답될 때도 있고, 세상적으로 볼 때 초라한 명함을 지닐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에서 환호하는 화려한 명함은 없으나 명함 뒷면을 주님께 순종함으로 아름답게 채워 가는 인생은 될 수 있다. 이제 교회와 직장, 가정 안에서 하반기 사역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명함의 뒷면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하나님께 온전히 순종함으로 축복받는 인생이 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