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오정현 목사
봄과 가을이 되면 날씨가 좋아 이사를 많이 해서 이사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좁은 평수에 사는 사람은 좀 더 넓은 평수의 집으로, 전셋집에서 사는 사람은 자기 집을 장만하여 이름까지 우아하게 지어진 아파트로 이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사를 한다는 것은 보통 큰일이 아니다. 이사를 가기 전에 이사 갈 집을 수없이 많은 발품을 팔아가며 둘러봐야 하고, 이사 갈 집의 금액에 맞게 돈도 마련해야 한다. 때론 대출도 받아야 한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 보증인이 필요하기도 하고, 그래도 모자란 돈 때문에 애가 끓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집은 재산 증식의 기반이 되는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집이 위치한 지역은 자녀의 학군을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기도 한다. 또한 집은 남자보다 여자에게 더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 같다. 사역지에 따라 교회사택이 주어지는 목회자에게도 집은 중요하다. 그러나 눈코 뜰 새 없는 사역에 집중하다 보면 잠만 자고 나오는 게 전부일 때가 많다. 반면 아내에게 차지하는 집의 의미는 보통 여자들과 다르지 않다.
한 집에서 오래 살면 살림살이를 하는 아내 입장에서는 변화를 갈망하게 된다. 햇볕이 잘 들어 빨래가 잘 마르는 집, 살림이 많아지면 쌓아둘 공간이 넓은 집, 꽃과 나무, 작은 텃밭이라도 있는 집, 아이들이 크면 좀 더 넓은 평수의 집을 선망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집들은 아쉽게도 누구에게나 빨리 주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원하는 집에 살지 못해 실망한다. 어떤 사람은 볕이 잘 드는 튼튼하고 멋진 집에서 사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허술하고, 곰팡이가 피는 집에 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직업은 목수이다. 그러나 그분은 자신을 위한 집 한 채 짓지 않으셨다. 우리 모두가 인생이라는 집을 짓고 있는 목수라고 생각해 보자. 현재 얼마나 멋진 집을 짓고 있는가? 예수님은 눈에 보이는 화려한 집보다 오히려 영혼의 멋진 집을 짓는 데 주력하셨다. 우리가 먹고 자는 보금자리인 집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주님이 거하시는 내 마음의 보금자리이다.
‘주님!’ 하고 간절히 부르며 기도한 지 한달이 넘지는 않았는지, 예수님이 거하시기에 청결하고 순수한지, 거짓으로 포장하고 있지는 않은지, 남의 것을 탐하고 있지는 않은지, 내 영혼의 집부터 살피고 잘 지어 보자.
눈에 보이는 집으로부터 영혼의 집을 잘 짓는 데 중심을 두고 마음가짐을 이사해 보라. 그 어떤 명품 아파트도 부럽지 않을 것이다. 중심을 보시는 주님은 말씀을 잘 붙들고 순종하며 영혼이 튼튼한 집으로 이사하는 자녀에게 조금은 늦더라도 햇살이 더욱 따사로운 축복의 집으로 인도하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