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08년 11월

운수 좋은 날

과월호 보기 오정현 목사

하루하루가 똑같은 일상 같지만, 오늘의 하루는 어제의 하루와 다르고, 내일의 하루와도 다르다. 사람들은 대부분 아침에 눈을 뜨면 좋은 하루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그래서 기독교인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기도를 하기도 하고, 비기독교인들은 일간지 한쪽에 나오는 ‘오늘의 운세’를 보기도 하며, 자신이 행운으로 삼는 무언가를 보게 되면 왠지 그날 하루는 남다를 것 같은 예감에 하루 종일 들뜨기도 한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이라는 단편소설이 있다. 주인공 김첨지는 가난한 인력거꾼으로, 오늘만은 일하러 가지 말라는 아픈 아내의 부탁을 뿌리치고 일하러 나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은 김첨지에게 손님들이 몰려와서 돈을 많이 벌게 된다. 집으로 돌아가려 할 때마다 손님을 맞아 늘어나는 수입에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그러나 술이 거나하게 취해 아내가 좋아하는 설렁탕을 사들고 집에 가지만, 아내는 이미 차디찬 시체로 변해 있다. <운수 좋은 날>이라는 제목만 보면 결말도 해피엔딩으로 끝나야 하는데, 이 소설은 오히려 상황이 정반대다. 요즘 경제가 어렵다 보니, 전보다 더 살림살이가 어려워진 가정이 많다. 가정마다 무거운 한숨소리가 짓누른다. 노력을 해도 결과가 안 좋아, 아예 꿈과 소망을 잃어버린 직장인과 젊은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세상을 변화시키는 꿈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기도의 끈을 붙잡고, 희망을 발견하며 열정을 불태울 때 가능하다.
세계적인 호텔왕 콘래드 힐튼은 어릴 적부터 어머니의 가르침 아래 매일 아침 기도하는 습관을 들였다. 훗날 힐튼 호텔을 세계 곳곳에 세우고 어려움을 만날 때마다 두 손 모아 매일 기도하며, 욥과 같은 인내심으로 고난의 시간을 이겨냈다. 그는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믿음이 없었다면, 그리고 하루라도 기도하지 않았다면 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회고한다. 또 그는“열정이 없으면 권태와 실패가 찾아온다. 더 큰 열정을 가져라. 많이 얻는 자가 아니라 나누어 주는 자가 진정한 성공자이다. 돈이나 지위, 명예를 탐하다 보면 ‘세계를 품는 비전’을 놓치기 쉽다. 꿈의 사람은 현실을 넘어 넓은 세계와 탁 트인 미래를 바라본다”고 평소 강조했다.
하루하루가 무의미하게 여겨지고, 세상이 각박하게 여겨지는가? 다시 두 손을 모으고, 주님께 잃어버린 꿈과 소망을 회복시켜 달라고 기도하라. 그리고 자신만을 위한 꿈이 아닌 나눠주는 꿈을 꿔보라. 주님이 운수 좋은 단 하루가 아닌, 영원한 축복을 받는 일생으로 바꿔 주실 것이다. 의미 있고 보람 찬 나의 하루는 세상을 바꾸는 디딤돌이 된다. 운수 좋은 날의 김첨지가 아닌 호텔왕 콘래드 힐튼처럼 하나님의 축복을 평생 함께 누리는 자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