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큰 물고기의 배 속에 있다 3일 만에 다시 살아난 요나의 이야기는 어린아이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널리 알려진 성경 이야기 중의 하나이다.
요나는 기원전 8세기에 활동했는데 적대국이었던 앗시리아의 니느웨에 가서 회개하지 않으면 망하리라는 말씀을 선포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이를 거부하고 멀고먼 스페인의 다시스로 도망가고자 했다. 때마침 준비된 배를 타고 가던 중 풍랑을 만나 선원들이 원인을 찾는데, 요나가 하나님을 피해 도망쳤기 때문임을 알고는 그를 바다에 던진다. 3일간 큰 물고기의 배 속에 있다 다시 살아난 요나는 할 수 없이 니느웨로 가서 회개하라고 선포한다. 이에 니느웨 백성 모두가 금식하고 회개하여 하나님께 용서를 받는다.
이후 요나는 니느웨가 어떻게 되는가를 지켜보다 박 넝쿨 그늘 아래 잠들었다. 깨어 보니 박 넝쿨이 마른 데다가 뜨거운 동풍까지 불어 요나는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요나의 말을 들으신 하나님은 그에게 박 넝쿨 그늘도 아까워하면서 어찌하여 니느웨의 수많은 인명을 아까워하지 않느냐고 반문하신다. 이 이야기는 선민의식에 빠진 유대인 선지자에게, 모든 사람을 향해 고루 인자하신 하나님의 품성을 드러낸 것이다. 이후 유대인들은 요나서를 읽으며 이방인들에 대한 편협한 생각을 고쳐 갔다고 한다.
요나의 이야기는 초기 기독교미술인 로마의 카타콤 벽화에 많이 나온다. 이는 마태복음 12장 39~41절에서 예수님도 직접 말씀하신 바와 같이, 요나가 3일간 물고기의 배 속에 있었던 것이 예수님이 장사된 지 3일 만에 부활하신 것과 흡사하기 때문이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리신 것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은 후대의 일이며 당시에는 요나의 이야기로 부활을 대신했다.
왼쪽 작품은 카타콤 벽화 중 하나이다. 그림의 왼쪽이 요나가 바다에 던져지는 장면이고, 가운데가 박 넝쿨 아래에 누워 있는 장면이며, 오른쪽이 물고기 입 밖으로 토해 내지는 장면이다. 큰 물고기가 고래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림에서는 용 같은 괴이한 물고기로 표현되었다. 가운데에는 선한 목자이신 예수님이 양들을 어깨에 메고 있다.
이후에는 작가들이 십자가 중심으로 그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요나의 이야기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최근에 정관모 교수가 요나를 주제로 한 그림을 여러 점 발표한 것은 여전히 이 이야기가 흥미로운 주제임을 보여 준다. 오른쪽 작품을 보면 중앙에 고래가 있고 그 속에 요나가 기도하고 있으며, 그 주위에 요나가 바다에 던져지는 모습과 니느웨를 바라보는 장면, 박 넝쿨 아래 누워 있는 장면 등이 재치 있게 요점적으로 표현되었다. 때로는 이것이 단독 작품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익숙한 이야기이지만 작가는 새로운 조형으로 간결하면서도 성스럽게 표현하여 기독교미술이 얼마든지 새로운 현대화로 거듭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큰 물고기와 그 배 속의 기하학적 표현, 박 넝쿨의 참신한 표현 등이 돋보인다.
요나의 이야기는 우리가 어디를 가나 심지어 고래의 배 속에 갇혔을지라도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음을 보여 주며, 우리가 미워하는 적에게도 여전히 관대하신 하나님의 일반적인 사랑을 드러낸다. 은혜를 받았으면서도 불만에 가득 찬 요나의 모습은 바로 나 자신의 모습이며 기독교인들이 경계해야 할 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