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예수님은 공생애를 시작하시면서 많은 이적을 행하셨다. 이것을 “표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예수님이 하나님 되심을 드러내는 것인데, 그 많은 표적 가운데 오병이어의 기적은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오병이어의 이야기는 우리의 필요를 넉넉히 충족시켜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상징하기도 하는데, 이전에 광야에서 만나를 내려 주셨던 것도 같은 성격의 이적이라 볼 수 있다. 또한 예수님은 “나는 생명의 떡이니 내게 오는 자는 결코 주리지 아니할 터이요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라”요 6:35, 마지막 만찬 식탁에서는 “(떡을) 떼어 그들에게 주시며 이르시되 이것은 너희를 위하여 주는 내 몸이라”눅 22:19 라고 하시며 자신을 종종 떡으로 비유하셨다. 그런데 이 주제는 화가들이 그렇게 많이 그린 것 같지는 않다.
라벤나의 성 아폴리나레 성당에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서 계신 가운데 제자들이 오병이어를 드리고, 예수님은 양팔을 벌려 축사하는 모습이 그려진 것이 있다.
한편 그 이전에도 카타콤 벽화에 그려진 예가 있다. 여기에 소개된 카타콤 벽화는 단지 오병이어만을 그린 것인데, 간결하게 그려진 물고기 두 마리와 광주리 속의 떡 다섯 개는 압축되고 상징화된 표현을 잘 보여 준다.
한편 16세기 플랑드르 지역 출신인 람베르트 롬바르드Lam-bert Lombard, 1505~1566의 작품은 주변 환경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떡을 나누어 주는 과정을 그린 것은 약 50명씩 무리 지어 앉히라 하신 성경 말씀을 충실하게 표현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중앙에 예수님과 제자들이 함께 서 있고, 예수님은 축사를 하신다. 앞쪽 오른쪽에는 부인이 아기를 안고 있는데 마치 성모자상과 같이 표현되어 있으며, 대칭되는 왼쪽에는 한 제자가 빵을 나누어 주고 있다.
남자만 오천 명이니 여자와 아이들까지 하면 족히 만 명에 이르는 수많은 사람을 표현하고자 했으며, 오른쪽 끝에 외국인의 모습까지 묘사된 것도 흥미롭다. 또 멀리 보이는 배가 떠다니는 강변은 자신의 고향인 리에주Liege 의 풍경을 묘사하고 있는 듯하다. 람베르트는 로마에 가서 실제로 이태리 르네상스 시기의 미술을 보고 배웠는데 화려한 의상과 공간 처리, 풍속적인 묘사는 이태리 북부의 회화 경향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오병이어의 기적은 당시 사람들에게 “참으로 세상에 오실 그 선지자라”요 6:14라는 의미로 이해되었고, 마침내 유대인의 왕으로 모시려는 움직임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들이 생각하고 기대하는 정치적 독립이나 물질적 필요를 채워 주는 왕으로 오신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 소중한 영원한 생명을 주려고 오신 것이니 그들의 오해가 컸던 셈이다.
오병이어 정도밖에 안 되는 우리의 믿음과 형편을 주님께 드렸을 때 주님은 언제나 그것을 더 좋은 것으로 풍성하게 바꾸어 주신다. 무엇보다 영원한 생명의 떡으로 오셔서 우리에게 영생을 주신 것을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