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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3월

손으로 표현된 하나님의 사랑

과월호 보기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손이 우리 몸의 일부분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그 손을 통해 외부 세계를 느낄 수 있고 우리 내면의 생각과 감정 등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다. 한 부분이면서도 또한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손동작은 음악의 하모니를 이루어 내는 명령어이자 아름다움 그 자체이며, 마임을 하는 연기자의 손은 의미의 직접적인 전달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 두 작품에서의 손은 이러한 여러 의미를 넘어선, 깊은 영혼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독일의 화가이면서 북유럽의 르네상스 미술을 연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 1471~1528는 뛰어난 작품을 많이 남긴 화가로 명성이 높다. 그의 많은 걸작 중에서 이색적인 작품이 왼쪽의 <기도하는 손>이다. 단지 두 손만 그렸는데도, 무언가 진지하고 숙연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동네에서 화가를 꿈꾸던 두 친구가 같이 상의하기를, 한 사람이 그림 공부를 할 때 다른 사람은 돈을 벌어 도와주기로 했고, 동전 던지기로 그것을 정했다고 한다. 마침 뒤러가 이겨서 그림 공부를 했고, 친구는 탄광에서 일하며 그를 도왔다. 몇 년 후에 뒤러가 친구를 찾아갔을 때, 그 친구가 뒤러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에 감동한 뒤러가 그 친구의 손을 그렸다고 전해진다.
기도하는 두 손이야말로, 자신의 꿈을 포기하면서까지 약속을 지킨 친구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기도하는 가늘고 긴 손가락에서 타고난 재능과 섬세함을 느낄 수 있는 한편, 거친 손가락 마디 하나하나에서 그동안의 고된 일상이 전해진다. 자신을 희생하며 남을 위해 기도하는 것보다 더 값진 것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현대 한국의 조각가인 홍순모는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로 인함이요>라는 작품에서 예수님의 못 박힌 손을 조각으로 표현했다. 그는 투박하고 토속적인 거침 속에서 깊은 인간미와 한국적인 친근함을 드러내는 기독교적 주제를 작품으로 많이 다루고 있다.
못 박힌 예수님의 거칠고 투박한 손에도 우리를 위해 참혹한 십자가의 질곡을 감내하신 예수님의 희생과 무한한 사랑이 진하게 표현되어 있다. 우리의 구원을 위해 스스로 희생 제물이 되어 죽으신 그 깊은 사랑이 거친 손을 통해 강하게 다가온다.
작가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모습뿐만 아니라, 고통을 극복하고 일상을 무던히 인내하며 달관한 듯 지내는 평범한 한국인의 모습도 작품 안에 표현했다. 이들에게서도 예수님의 손 표현과 같은 영혼의 울림이 강하게 전해진다. 우둔하고 미련해 보이는 평범한 이들의 모습에서 이기적이고 타산적인 사람이 아닌, 예수님의 사랑을 나누는 이타적이고 희생적인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홍순모가 조각한 예수님의 손이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표현한 것이라면, 뒤러의 작품은 이웃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의 사랑을 경험한 사람, 갚을 수 없는 크나큰 빚을 탕감받은 은혜를 아는 사람은 그 마음과 시선과 손과 발을 이웃에게로 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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